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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는오늘도

괴물 엄마로 변하지 않으려면

 

아이는 ‘갖고, 낳고’에서 끝나지 않는다. 아이를 돌보는 일은 더 많은 체력과 인내심이 필요한 일이다. 난 자주 비실대고 아팠다. 환절기에 감기는 기본이고 일상 생활을 유지하는 것조차 '하루 살이 같다'는 생각을 자주 했다. 단 하루살이와 다른 점은 죽지 않고 아침이 되면 다시 깨어나야 한다는 것이다. 엄마가 된 이후 난 그렇게 매일 죽진 않고 하루를 겨우 살고 초저녁이 되면 바로 기절하고를 반복했다. 물론 육아는 엄청난 에너지가 소비된다.

 

절대양육기간이 유독 힘든 이유 중 하나는 잠이 부족해서다. 수면 부족은 사람을 참말로 이상하게 만든다. 밤중 수유로 잠 못 자는 고문에 시달려 본 엄마라면 200프로 공감할 것이다. 일년간 모유 수유를 했더니 뼈 속의 진액까지 다 빼앗긴 것처럼 기름기 하나 없이 버석거렸다. 의지력의 재발견의 저자, 로이 바우마스터는 그의 책 곳곳에서 의지력에도 한계가 있고 수면 부족과 ‘포도당 부족은 침착한 배우자일지라도 괴물로 바꿔버린다’라고 경고한다. 엄마가 되면서 괴물로 변한 순간을 떠올릴 때 충분히 공감이 가는 말이다. 내 성격이 이상하거나 나빠서가 아니라 육아 현장은 수면 부족으로 인한 의지력 결핍으로 자제력을 잃을 수 밖에 없는 구조였던 것이다. 피로할 때는 잠을 자기 어려운 환경이 나를 괴물로 만들었던 것이다.

 

작은 자극에도 버럭 거리며 화를 내기 일쑤일 때는 스트레스 지수가 빨간 불이라는 것을 인식한다. 인내심이 바닥이라는 신호다. 나의 경우엔 두 놈이 티격태격 싸우면서 딸 아이가 징징거리는 울음소리를 못 견디면 바로 적신호다. 성격상 잘 쉬지 못하는 것도 문제다. 뭐든 내가 직접 해야 직성이 풀리고 내 통제하에 관리되지 않는 것을 참기 힘들다. 나에게 맡겨진 ‘엄마’라는 임무에 충실하고자 과도하게 신체 에너지를 쓴다. 아이 곁에 있기로 결심하고 강박적으로 무슨 프로젝트를 완수하는 사람처럼 철저하게 이론에 충실하며 아이를 키우려 했다. 만들어 먹이는 이유식은 기본이며 매일 놀이터 순방은 필수, 책 읽어 주는 것은 목이 쉬도록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했다. 그러면서 먹는 것은 대충, 운동은 전혀 못하고 잠은 줄여서라도 새벽에 일어나 내가 좋아하는 책을 읽고 글을 썼다. 얼마 가지 않아 내 삶이 피폐해졌다. 균형을 추구했던 육아와 꿈 사이에서 맥을 못 추렸다. 체력이 급속도로 떨어지니 기분은 우울하고 만사가 귀찮아졌다. 돌아보니 몸을 정성껏 돌보았던 시기는 임신기간 열 달뿐이었다. 그 이후엔 다시 방치 모드로 변했다. 나보다 아이 돌보는 일에 많은 에너지를 쏟았다. 모성이 아무리 본능이라 해도 장기 육아전에서 신체 에너지를 돌보는 일은 선행되어야 한다. 

 

한 절제력 했던 내가, 엄마가 되면서 쉽게 자기 절제력을 잃는 이유가 있었던 것이다. 게다가 의지력이 없는 내 자신을 보면서 절망하곤 했다니! 남매에게 좋은 모습을 보여야 한다는 강박까지 가세해 얼마나 스스로를 괴롭히는 구조인가! 자기 절제력이 없고 정신줄이 쉽게 놓아지고 이상해진다 싶으면 ‘내 몸의 안녕’을 먼저 점검해볼 일이다. 수유 기간 끝나고 새벽에 무리해서 일어나지 않으니 내가 갑자기 온유해졌다. 짜증내는 횟수도 줄어들고 자기 절제력이 급격히 향상되었다. 잠을 푹 자니 새 세상이 열렸다. 내가 좋아하는 ‘책 읽을 시간도 부족한데 운동은 무슨 운동?’ 하며 운동하는 시간을 아까워했지만 하루 30분 운동 시간을 확보하니 몸이 개운해졌다. 건강한 식습관을 자각하고 집밥에 신경을 쓰니 가족들 뿐만 아니라 가장 큰 수혜자는 내가 되었다. 그렇다고 괴물 엄마와 결별한 것은 아니다. 다만 변신의 횟수가 현격하게 줄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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