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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석구석여행

[여행] 암스테르담, 고흐 박물관

내가 사는 곳에서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은 환전도 시차 적응도 필요 없는 이웃 동네다. Osnabruck에서 유로반을 타고 네덜란드 국경을 넘었다. 네덜란드어가 독일어와는 또 달랐다. 옆 동네인 만큼 날씨는 독일과 비슷하고. 마침 우리가 암스테르담에 머물렀던 성탄절 전후로 날씨는 좋았다. 해가 잠깐이지만 떴고, 비가 오지 않았다. 크리스마스 전후로 마트나 모든 상점이 문을 닫는 독일과 달리 네덜란드는 문을 여는 곳도 많다.

 

 

겨울 여행인만큼 유럽의 낮이 짧고 스산하니 외부보단 실내에서 머물면서 특별한 즐거움을 누릴 수 있는 미술관으로 여행의 컨셉을 정했다. 하루에 하나의 미술관에서 충분히 머물렀다. 아이와 동행인만큼 늘 그렇지만 무리한 일정은 지양한다. 잘 먹고 적당히 보고 충분히 쉬는 여행이었다.

 

 

 

 

고흐 박물관은 한 달 반전에 예약을 했는데도 원하는 날짜의 전날까지 매진이었다. 그만큼 시간대별 인원을 제한하고 많은 사람들이 방문한다. 성탄절 아침 열시 반 예약이었는데 한 삼십분이 지나니 갑자기 인파가 몰렸다. 그 후 4시간 가량 보는 내내 사람은 어머어마했다.

 

 

 

초등학생 아이와 동행이라면 안내 데스크에서 보물 찾기 문제지를 달라고 하면 준다. 가이드 오디오는 한국어가 있는데 보물 찾기는 한글이 없어서 독일어와 영어 중 선택했다. 다행이 오누이가 독일어가 가능하니 이럴 때 편리했다. 미술관 관람을 즐겁게 하기 위해 아이들을 위한 놀이를 제안하면 재미있게 보낼 수 있다. 미술관과 친숙하기 위해 괜찮은 시스템이다.

 

 

 

 

고흐가 자화상을 많이 그렸다는데 그 이유가 모델료가 비싸서였다는 사실을 나도 이번에 처음 알았다. 그렇다면 자화상을 그릴 때 가장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 고흐 작품 중 퍼즐로 한 조각 보여주고 이 퍼즐이 해당하는 작품명은 무엇일까. 이런 질문들이니, 작품도 찾아서 봐야한다. 성취욕 강한 오누이는 경쟁적으로 문제를 맞추려고 안달이라 오히려 부담스러웠다. 보물을 다 찾고 나면 작은 선물을 준다. 선물은 정말 소박하다. 고흐 박물관은 사진 촬영은 금지다. 그런데도 꼭 찍는 사람은 있고.

 

 

 

 

사진을 마음껏 찍고 싶다면 고흐 박물관 바로 옆의 국립 박물관을 추천한다. 그곳은 실컷 찍을 수 있는 오픈 갤러리다. 규모는 고흐보다 훨씬 크고. 5시간을 봤는데도 다 못 볼 정도로. 박물관에선 가족 퀘스트를 10유로를 내고 미리 신청했는데, 그건 가족이 함께 수수께끼를 맞추는 거다. 이것도 아이는 재미있어했다. 아이가 영어나 독일어가 가능하면 신청할 수 있다. 수수께끼 답을 데스크에 말하면 여기도 작은 선물을 준다. 

 

 

오디오 가이드는 꼭 신청해서 보길 추천한다. 스토리를 알면 그림이 훨씬 잘 이해되기에. 고흐에게 영향을 미친 친구 고갱, 그리고 동생 테오와 주고 받은 편지까지. 미술관을 설치한 테오의 아이이자 고흐의 조카가 태어났을 때 아몬드 나무 그림을 선물로 주었다는 것도 퍽 인상적이다. 농부들의 삶이 얼마나 대단한지, 그들의 옷차림, 노동으로 굵어진 손을 애정으로 관찰하고 화폭에 담았다. 프랑스 아를에서 더 나은 그림을 그리기 위해 어떻게 표현할 것인가 고민했다. 그의 작품은 시간에 따라 성장하고 세밀한 감정을 색으로 표현하기 위해 애쓴 흔적도 알게 되었다. 물감에 모래 알갱이가 섞인 바닷가에서 그린 파도 그림은 생생했다.

 

 

성탄절에 그렇게 많은 인파가 박물관을 찾은 것도 놀랍다. 고흐와 렘브란트 그 외의 네덜란드 화가의 작품이 얼마나 대단한지 관람객을 보면서도 체감했다. 암스테르담이 왜 화가의 도시라고 일컬어지는도. 누가 어떻게 무엇을 표현했느냐에 따라 엄청 다른 결과물을 창조한다는 걸 직접 경험한 셈이다. 그 공간안에 머물렀다는 것만으로도 알 수 없는 감격이 몰려왔다. 엄숙하지 않고 자유로운 분위기에서 작품을 관람하는 모습도 인상적이다. 이곳에 그나마 쉽게 여행을 온 것은 내가 유럽에 살고 있구나! 그래서 좋구나, 좋은 점 하나 두둑하게 챙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