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29일 물이 빠진 시각은 오전 11시라 집에서 10시에 출발해서 한 시간 정도 걸려서 쿡스하펜에 닿았다. 날씨는 흐리고 바람은 적당히 불었다. 광활한 갯벌(Watt)은 천리포 바닷가가, 방파제를 걸을 땐 여수 오동도가 연상됐다. 바다냄새에 코를 벌름거린다. 모래사장에 놓인 노란색 등받이 의자(Strandkobe)가 바다와 잘 어울렸다.
하얀 벤치의 물기를 클라우디아가 수건으로 닦고 내가 가져온 큰 수건을 깔고 도시락을 펼쳐놓고 먹었다. 손발이 척척이다. 먹기 전에 단체 사진 찍는 것도 잊지 않았다. 갯벌엔 장화(Gummistiefel)가 필수다. 아이뿐 아니라 어른도 장화를 준비하면 좋겠다. 여름엔 신발을 벗고 맨발로 걸어도 참 좋겠고. 클라우디아의 딸 카타리나가 남아프리카에서 돌아왔다. 독일에서 대학을 졸업하고 스웨덴에서 석사를 마치고 일 년간 아프리카에 가서 봉사하는 프로그램에 참여했단다. 레게머리를 해서 못 알아볼 뻔 했지만 일 년만에 만나 어찌나 반갑던지.
장화 신은 아이만 갯벌을 걸으며 조개껍데기를 주웠다. 어른 셋은 모래사장(Strand)을 걷고. 아이를 살피며 걷는데 재인이가 갯벌에 빠졌다. 생각보다 뻘이 끈적끈적해서 발이 빠진 아이를 꺼내는 데 애를 먹었다. 클라우디아가 엄마인 나보다 먼저 달려 아이를 돕다가 엉덩방아를 찧었다. 어찌나 미안하고 고맙던지. 여벌옷과 신발도 챙기길 잘했다.
바다가 보고플 때 하루짜리 여행으로 안성맞춤이다. 오랜만에 실컷 걸었더니만 다리가 후들거린다. 오후 2시가 넘으니 물이 조금씩 들더니 눈 깜짝할 사이에 성큼 물이 채워졌다. 지평선 끝에서부터 차오르는 것이 아니고 말 그대로 새어들었다. 쿡스하펜에서 좋은 날을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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