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웃음꽃유진/오늘 생각

누구탓도 아닌 내탓

베를린 필하모닉 공연을 보고 싶다면 7월에 베를린 방문은 피해야 한다. 작가가 엄청 공을 들여 만들어서 내부만 투어 하는 것도 5유로를 내면 볼 수 있고 매일 1시 반에 입장 가능하다길래 갔는데 글쎄, 6월 30일부터 8월 말까지 휴무다. 이런! 꼭 보고 싶었는데 아쉽다. 물론 티어가 텐도 있고 소니센터도 가깝다. 근처 미술관 가기 전에 배를 든든하게 채우려고 베를린 몰에서 베트남 쌀국수를 먹었다. 오누이는 양념치킨을 먹고 싶다고 노래를 불러서 실은 베를린에서 구텐 닭을 검색해두긴 했는데 갈 틈이 없었다. 대신 케이에프시 닭으로 대체했다. 밥 먹고 나니 그 사이 또 비가 내린다. 비가 수시로 내렸다 갠다. 

 

황금 같은 토요일 일정을 허탕 쳤다. 망쳤다. 그게 제일 억울하고 화나는 일이다. 남편은 이래도 흥 저래도 흥인 사람이다. 꼭 뭘 열심히 보지 않아도 괜찮단다. 그런 모습이 더 화난다. 저 사람은 왜 저럴까? 에서부터 시작인 것 같다. 내 마음대로 뜻대로 안 되는 걸 참지 못한다. 힘들게 어렵게 여행을 왔는데 뭔가 효율적이지 못하면 괜히 억울하다고 할까? 억수로 오는 비를 피하다가 딸 사진을 예술로 찍었다. 이럴 줄 알았으면 노트북 들고 카페에 가서 글이라도 쓸 걸 이게 뭔가 시간을 엄청 낭비했다는 생각에 화난다. 아침부터 꼬이기 시작하더니 한 번 화를 내기 시작하면 멈춰지지 않고 계속 뭔가 일이 꼬인다는 게 문제다. 뭐든 꼬투리를 잡고 싶고 원망하고 탓하는 마음이 마구 자란다. 걷잡을 수 없이 번진다. 화의 불길과 더불어 비난의 말들이. 결국은 내가 하루를 망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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