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웃음꽃유진/오늘 생각

평화가 깃들길 지난주 금요일엔 오누이가 다니는 학교에선 우크라이나를 위한 평화 시위가 거리에서 있었다. 고학년인 아들은 미술시간에 우크라이나 국기 색인 노랑과 파란색으로 비둘기를 접어서 깃발처럼 들고 간 모양이다. 이제 5학년 신입생으로 갓 들어간 딸은 멀리서도 오빠를 딱 알아볼 수 있어서 좋았단다. 길 잃어버릴 염려 없이. 그 비둘기를 우리집 테라스에 꽂아두었다. 학교 끝나고 아들은 바로 친구 집에서 파자마 약속이 있어서 바로 갔고 다음 날 아들을 데리러 갈 겸 노트혼에 다녀왔다. 온 가족 출동해서 우리들이 외식할 때마다 들리는 베트남 식당에서 쌀국수를 먹었다. 남편이 내 기분 맞추려고 애쓴다. 다른 가족 생각해서라도 기분을 업 시켜야 하는데 데려갈 땐 KTX인데 올라올 땐 비둘기호 속도다. 운동을 하니 조금 나아진.. 더보기
초코 스콘 8학년인 아들은 작년부터 아빠 키를 따라잡더니 이젠 곧 180cm가 임박이다. 부쩍부쩍 크는 건 딸도 마찬가지다. 긴 머리 풀어헤치고 다니는 걸 좋아해서 머리 묶는 날은 스포츠 있는 수요일만 그것도 가끔. 세면대 거울 앞에서 머리를 빗겨서 묶으려면 어느 순간 아이의 머리가 내 눈앞에 바싹 다가온 걸 느끼고 깜짝 놀란다. 둘이 서서 묶는데 내 양손을 최대한 들고 발꿈치까지 들어야 할 만큼 컸다. 그러고 보니 먹는 양도 점점 많아진다. 하교 후엔 매일 간식을 찾는다. 엄마가 독일어도 운동도 유일하게 없는 수요일, 초코 스콘을 구웠다. 밀가루 400g으로 스콘 12개가 나오는 양인데 순삭이라 다음엔 양을 더 늘려야겠다. 겉은 바삭하고 달달한 초코까지 들어간 스콘 한판 구우면 집안에 버터 향기 진동이다. 운동하.. 더보기
어려워도 너무 어려운 독일어 B2 요즘 독일어 수업 3시간을 꾸역꾸역 앉아서 들으면서 울고 싶을 때가 종종 있다. 아니 그냥 확 그만둘까도 솔직히 생각했다. 이건 도저히 내가 감당할 만한 영역이 아니라는 생각도 들었다. 화, 금요일 새로 온 선생인 Frau Joanna Popiela는 엄청 빡빡하게 수업을 진행하기 때문이다. 아시아인인 내가 독일어 발음이 어렵다는 식으로 공감하는 듯하지만 발음을 자꾸 지적당할 땐 결코 기분 좋을 리 없다. 기껏 힘들게 써서 보낸 쓰기 숙제는 분량이 적다고 B2는 더 많은 문장을 써야 한단다. 숙제는 어찌나 많은지 쉬는 날도 글 한편 쓸 여력이 없다. 숙제하기 싫어서 괜히 스콘을 굽거나 청소를 한다. 투자 관련 공부나 글쓰기 혹은 살림이 얼마나 만만한 영역인지 호되게 어려운 독일어 공부를 해보니 알겠다. .. 더보기
아이스크림 먹는 계절 5월 31일 자로 냉동실을 켰다. 딸은 얼음도 얼리고 아이스크림을 만들겠다고 노래를 불러서. 우리 집 냉동실은 여름 석 달만 작동시킨다. 처음 시작은 전기세를 줄일 목적이었지만 냉동실이 없어도 전혀 지장이 없다. 한국에서 딸은 이모집에 가면 얼음이 바로 나오는 냉동고를 신기해하면서 얼음을 오독오독 씹어먹길 좋아했다. 더위를 잘 타는 딸은 그렇게 얼음을 찾는다. 여름에도 어지간해선 땀도 안나는 엄마는 냉동실 필요성을 잘 모른다. 한국에서도 집에 하나씩은 있다는 김치 냉장고도 없었고 독일로 올 때 처분한 냉장고도 작은 냉동고가 위에 달린 작은 거였다. 처치 곤란 식재료는 무조건 냉동칸으로 직행시켰다. 정체불명의 검정 비닐봉지가 영 못마땅했는데. 이젠 그럴 일은 없다. 아무래도 냉동고가 돌아가면 뭐든 채우게 .. 더보기
작고 여린 것들의 매력 물 위에 어떻게 알 품을 장소를 만들었는지, 그 위에서 알을 품고 있는 물새가 오늘도 품고 있는지 보려고 매일 산책을 나간다. 비가 오나 바람이 부나 꼼짝없이 앉아서 알을 지킨다. 정확하게 셈하진 않았지만 일주일이 넘었는데 그 사이 수컷과 바통터치를 한 건지 아닌지는 확인할 길이 없다. 종족 보존의 힘은 인간이나 동물이나 강한 모양이다. 물 위 여기저기에 알 품고 있는 물새를 세 마리나 봤는데 그중 한 마리는 이미 부화했다. 텅 빈 집만 덩그러니 남겨진 걸 보니. 그러다 지난 주말엔 털이 보송보송한 새끼 네 마리들과 노니는 걸 봤다. 그토록 정성껏 알을 품더니 새끼를 만났구나 감동스럽다. 몸집이 작은 것들은 다 귀엽다. 아슬아슬 걷기 시작한 아이처럼 물이 무서운지 나무 등걸에서 내려오지 못하고 서성이는 .. 더보기
그래서 엄마가 성공을 못했구나! 우리 가족은 뒤늦게 무명 가수가 노래 부르는 이라는 오디션 프로그램을 보는 중이다. 한 번이라도 앨범을 낸 적이 있는 사람만이 참가 자격이 주어진다. 앨범은 냈지만 혹은 노래도 들어본 적 있지만 이름은 몰랐던 가수가 대부분이다. 말 그대로 무명. 심사위원 유희열 말대로 음악이 뭐길래, 다들 저렇게 열심을 낼까. 승패와 상관없이 무대에서 제대로 노래를 부를 기회가 주어진 것만으로 만족하는 이들도 많았다. 그 분야의 최고 전문가들의 조언엔 겸손한 자세로 들었고 다음 무대에서 바로 개선했다. 빠르게 성장하는 걸 보면서 그들의 재능을 확인한다. 좋아하는 일에 기꺼이 최선을 다하고 더 잘하도록 노력하는 모습을 보는 것만으로도 그저 대단하고 응원하고 싶다. 오누이와 산책 간 날, Top 10에 누가 들어갈지 시끌벅.. 더보기
그때 그 시절 메리를 애도하며 어릴 적 시골에서 키우던 개 한 마리가 있었다. 첫 만남은 잘 기억나지 않지만 두 손안에 거뜬히 들어오던 따뜻하고 물컹한 작은 생명체가 어미가 없어서인지 쉼 없이 떨고 있는 모습에 내가 지켜줘야겠다고 생각했다. 초등학교 1, 2학년 무렵인데 내가 지켜줘야겠다고 마음먹었음에도 그 생명체의 애정은 각별했고 오히려 받은 게 더 많았다. 개뿐 아니라 천진난만한 눈망울을 껌뻑이며 되새김질하며 침 흘리던 소. 낮에 논두렁으로 끌고 가서 풀을 뜯겨야 됐던 염소까지, 닭은 키우지 않았지만 소, 개, 염소와 자연스럽게 어울려 살던 시골 할머니 댁 모습이 어렴풋이 기억난다. 그중 가장 가깝게 교감했던 동물은 당연히 멍멍이. 메리라는 그 흔한 이름도 내가 지었다. 맹목적으로 주인을 따르고 좋아해 준 경험은 지금 생각해도 신.. 더보기
시련은 셀프 다시 고립, 4년 전 독일에 처음 왔을 때 느꼈던 감정을 이곳 슈토프에서 색만 달리해서 동일하게 느낀다. 겨우 살만한 네트워크를 만들었는데 이사로 고립이다. 원인 제공자 남편만 닦달하며 괴로운 상황. 주체적이지 못하고 수동적으로 끌려다니는 내 인생이 못마땅하다. 어쩔 수 없는 부분이 분명 있겠지만 팩트는 잔인하다. 독일어를 일도 못했던 4년 전보다는 물론 낫지만 내가 느끼는 체감은 거기서 거기다. 다시 새로운 관계를 찾아야 하고 소속감을 갖기 위해 어디라도 발을 들여야 한다. 그게 운동이든 일이든. 마땅찮다. 클라우디아 말대로 처음은 힘들지만 관계를 맺게 되면 좋은 일이 생기는 것처럼 시도하라지만. 누가 그걸 모르나. 그냥 그 모든 게 의욕 상실. 만사가 귀찮다. 특히나 독일어와 관련된 일은. 극도로 우..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