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웃음꽃유진/오늘 생각

소심한 복수 박완서 선생님은 미운 사람을 작품 속 악인의 이름으로 쓰면서 소심한 복수를 하신다는데 나도 어제 소심한 복수를 했다. 시내에 나갈 일이 있어서 버스를 탔는데 평상시와 다른 요금을 달란다. 이상하다 하면서도 그런가 보다 하고 달라는 대로 줬다. 버스 노선을 검색해서 가격을 봤는데 아니다. 3.45유로라는 티켓 값이 어떻게 나온 건가 추측해보니 내가 탄 복혼 보다 전에 탔을 때 나올 금액이었다. 잘못된 점은 이야기를 해야 한다. 이건 돈의 문제가 아니다. 독일어가 서툴다고 넘어가면 자존심에 스크래치 생길 것 같아서 말을 해야겠다고 마음먹었다. 마침 내가 내리는 곳이 그 차의 종점이라 버스의 출발 시간에 피해를 주는 것도 아니니 마음의 여유는 있었다. 결론은 티켓 뽑는 기계가 하는 대로 했을 뿐이란다. 게다가.. 더보기
핸드폰에서 카카오톡을 지웠다 평소에 소리 진동 모드도 없애고 살기에 실시간으로 답하거나 받지는 못한다. 중요한 연락이 오기로 했을 때 소리 진동 모드를 켠다. 블로그를 네이버에서 티스토리로 옮긴 것도 서로 이웃 제도가 불편해서다. 게다가 이웃 상태인 사람의 글은 자동으로 업데이트되니 내가 보고 싶지 않아도 자동으로 보게 되는 게 때로는 불편하다. SNS가 그렇겠지. 포장되고 화려한 순간만 포착되어 전시된 삶을 보는 일은 평범한 내 삶이 초라하게 되는 건 일순간일 테니 정서상 좋지 않다. 카카오톡도 마찬가지. 외부 환경에 휘둘리는 게 싫다. 연락이 오면 오는 대로 오지 않으면 오지 않는 대로 수시로 확인하게 만드는 시스템이 영 기분 나쁘다. 당연히 지금 여기에 집중하기 어렵다. 없앤 지 하루도 지나지 않았는데 이상하게 평화롭다. 언니.. 더보기
남매와 함께 한국사 공부 오늘 매일 경제에서 진행하는 발표자로 참여하는 셋째 언니는 축제 전문가다. 언니의 발표 자료를 보다가 한류의 시작점을 알게 되었다. 바로 백제부터였다는 걸. 그걸 단번에 아는 사람이 어디 흔한가. 백제가 일본에 일으킨 열풍을 주르륵 말하는 한국사 1급 자격증도 있는, 역사 선생이 바로 내 친구다. 가르치는 아이가 흠모하고 부모는 믿고 맡기고 싶은 든든한 사람. 그날 밤 우리의 대화는 '한류는 백제에서 시작되었다'에서 시작해서 한국에서 학교를 다닌다면 6학년이고 한국사를 배울 텐데 그렇지 못한 내 아들의 안타까움을 이야기했다. 안타까움에서 그치지 않고 독서 논술 일급 교사인 친구는 실전 공부 팁까지 대방출. '책 읽고 글 쓰는 사람이라면 국사에 대한 지식이 풍부'한데 나는 그렇지 못하다는 것까지 자각해서 .. 더보기
누구탓도 아닌 내탓 베를린 필하모닉 공연을 보고 싶다면 7월에 베를린 방문은 피해야 한다. 작가가 엄청 공을 들여 만들어서 내부만 투어 하는 것도 5유로를 내면 볼 수 있고 매일 1시 반에 입장 가능하다길래 갔는데 글쎄, 6월 30일부터 8월 말까지 휴무다. 이런! 꼭 보고 싶었는데 아쉽다. 물론 티어가 텐도 있고 소니센터도 가깝다. 근처 미술관 가기 전에 배를 든든하게 채우려고 베를린 몰에서 베트남 쌀국수를 먹었다. 오누이는 양념치킨을 먹고 싶다고 노래를 불러서 실은 베를린에서 구텐 닭을 검색해두긴 했는데 갈 틈이 없었다. 대신 케이에프시 닭으로 대체했다. 밥 먹고 나니 그 사이 또 비가 내린다. 비가 수시로 내렸다 갠다. 황금 같은 토요일 일정을 허탕 쳤다. 망쳤다. 그게 제일 억울하고 화나는 일이다. 남편은 이래도 흥.. 더보기
즐거움이 곧 보상 도서관에서 빌린 책을 두 번을 연장하고서 더 이상 연장이 불가능해서 어쩔 수 없이 도서관에 갔다. 오늘은 팀을 나눠서 아들은 엄마랑 책 반납하러 도서관으로 딸은 아빠랑 장을 보러 가기로. 버스 정류장에서 아들에게 요즘 학교 생활을 물으니 여름 방학을 앞두고 최종 성적이 하나둘씩 나오는데 최근에 영어 성적이 어떤 친구는 Note 5나 Note 6인 아이도 있단다. 성적이 나빠서 한 달간 핸드폰을 금지당하거나 어떤 친구는 축구를 좋아하는데 축구 금지란다. 아? 진짜 독일도 그렇구나, 놀랬더니 아들이 대뜸 하는 말이 "엄마에게 글을 못 쓰게 하는 고통과 같은 거죠." 그런다. 속마음을 들킨 것 같아 뜨끔하고 열심히 쓰지 않아 민망했지만. "야, 네가 그렇게 말하니까 이해가 확 된다." 공감했다. 축구 그거 안.. 더보기
에밀리와 한글 수업 이번 주로 에밀리와 세 번째로 만나 한국어 수업을 했다. 일주일에 하루 목요일 오전엔 쇼팽에게 독일어를 배우고 오후엔 에밀리에게 한국어를 가르친다. 쇼팽에게 무료로 독일어를 배우는 만큼 한국어 가르치는 일도 기쁘게 한다. 에밀리가 나 만나기 전에 한국어를 배운 건 한 두 달이나 되려나. 그래도 읽는다는 게 놀랍다. 원작이 독일인 책을 읽혀봤는데 생각보다 잘 읽는다. 하긴 독일어를 배우는 입장에서 나도 읽는 건 잘하지만 말하는 게 어려운 것처럼 에밀리도 그렇다. 한국어에서 가장 어려운 것은 문장의 어순이란다. 영어나 독일어와 완전 다른 어순! 고로 내가 독일어가 어려운 지점이고. 한국어를 배우는 이유를 다시 물으니 한국어가 듣기에 예뻐서 그렇단다. 정작 나는 그렇게 예쁘다고 인식을 못했는데, 얼마 전 오누.. 더보기
한국 영화가 좋아 독일에 살면서 외국 영화를 거의 보지 않게 된다. 한정된 시간 안에 뭐라도 본다면 한국영화 아니면 차라리 드라마를 본다. 자막을 읽는 수고로움도 솔직히 귀찮다. 귀로 듣고 바로 이해되는 모국어 영화가 최고다. 한국에 살 때와 확연하게 달라진 점 중 하나다. 봉준호 감독이 칸 영화제에서 황금종려상을 탄 을 독일 영화관에서 볼 수 있을까. 독일도 판권을 샀다던데… 독일어 자막이 뜨고 한국어로 들리는 영화를 본다면 엄청 감동적이긴 하겠다. 2주 전엔 를 봤고 지난주엔 슬픈 영화 을 봤다. 참다 참다 터진 수호 엄마, 전도연의 울음은 한 동네를 곡소리로 채운다. 남은 자식을 챙겨야 하고 돈도 벌어야 하고 밥도 먹어야 하고 빨래도 돌려야 하니 맘 놓고 울지도 못하다 터진 눈물이다. 막아둔 댐에서 쏟아지는 눈물은 .. 더보기
Muttertag 독일은 어버이날 대신 엄마의 날과 아빠의 날이 있다. 엄마의 날인 Muttertag은 5월 8일처럼 정해진 것은 아니고 매년 오월 둘째 주 일요일(올해는 5월 12일)이란다. 초등학교까지는 학교에서 엄마에게 카드 쓰기 같은 걸 한다. 딸은 하트 카드를 네 개씩이나 만들어서 무터탁 3일 전부터 하나씩 주었다. 독일어로 쓴 카드 말고 한글 편지도 썼는데 공감력 떨어지는 엄마는 틀린 글자가 너무 많다며 한글 공부 더해야겠다는 말이 절로 나왔다. 남편은 이렇게 감동적인 편지를 어떻게 그렇게 말하냐면서 직접 읽어주더니 코끝이 찡해진다. 눈이 빨개지는 게 우는 게 분명하다. 남편이 대신 읽어주니 감동적이긴 하다. 오빠랑 안 싸우고 엄마 화나지 않게 하는 딸이 되겠다는 부분이 특히나.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