퀄른 옆 산골 동네 Siegen에서 형부를 밤 열 시에 접선했다. 다양한 박람회가 자주 열리는 퀄른은 10월, 빈 방이 없을 정도로 사람이 많은 모양이다. 마흔 명 가까이 되는 최고경영자 수업의 어른 학생들을 이끌고 온 교수이신 형부는 외곽의 Siegen에 방을 잡았다. 덕분에 새로운 도시를 알게 되었다. 퀄른에서 기차 타고 한 시간쯤 간 지겐은 우리 부부가 딱 좋아하는 것들을 갖춘 곳이다. 가는 길에 울창한 숲과 계곡이 어우러져 보기만 해도 힐링 자체다. 남편은 한국의 구례가 떠오른다고.
형부가 독일 포함 북유럽 농업 관련 견학 날짜가 확정되고 나서 우리도 기차표를 예매했다. 마침 독일도 동, 서독 통일 기념일로 연휴 기간이라 가능했다. 형부가 독일에 머무는 시간은 이틀이고 그중 도착하시는 날 저녁 시간에 잠깐 만나려고. 원래는 토요일 밤 8시 호텔 도착이었는데 비행기 연착으로 10시쯤 만났다. 우리 호텔은 형부가 묵으시는 곳에서 조금 떨어진 곳이라. 차가 있었다면 15분 남짓 걸리는 거리인데 대중교통을 이용해서 한 시간이나 걸려서 호텔에 도착했다. 그래도 열세 시간을 날아온 형부를 생각하면 이 정도는 아무것도 아니다. 두 시간도 채 못 만나고 아쉽게 헤어졌지만.
셋째 언니가 딱 필요한 것들로 짐을 잘 싸서 보내주었다. 오누이가 보는 월간 잡지와 내가 주문한 니체 책까지. 형부는 면세점에서 오누이 선물까지 사셨다. 한국에 있었더라면 뭐든 많이 사주었을 텐데 그러지 못한다며 언니는 형부에게 얘들 용돈까지 챙겼다. 얘들에겐 큰돈인 50유로나. 해맑은 오누이는 이렇게 큰돈은 처음 만져본다면서 감동한다. 형부가 매번 이야기하시는 것처럼 마음 가는 곳에 물질 간다는 말이 번뜩 생각 날정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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