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한 여인이 파리의 카페에 앉아 있는 파블로 피카소에게 다가와 자신을 그려 달라고 부탁했다. 물론 적절한 대가를 치르겠다고 말했다. 피카소는 몇 분 만에 여인의 모습을 스케치해 주었다. 그리고 50만 프랑(약 8천만 원)을 요구했다. 여자가 놀라서 항의했다.
“아니, 선생님은 그림을 그리는 데 불과 몇 분밖에 걸리지 않았잖아요?” 피카소가 대답했다.
“천만에요. 난 당신을 그리는 데 40년이 걸렸습니다.”
구본형은 ‘그대 스스로를 고용하라’에서 피카소의 일화를 소개하며 '피카소는 자신이 사용한 노동 시간이 아니라 계발된 재능이라는 인적 자본을 기준으로 그림의 값을 매겼고 타고난 재능을 발견하고 계발한 사람만이 사회적 인정과 경제적 부를 가지게 될 것'이라고 했다. 한 분야의 전문가가 된다는 것이 어떤 것인지 피카소의 일화는 소름 돋게 보여준다. 나도 타고난 재능을 발견하고 계발해 살고 싶다. 전업주부로 살면서 이루고 싶은 꿈이 점점 분명해지고 절실해졌다.
새벽에 일어나 쓰던 글이 탄력을 받아 아이들이 일어나 엄마를 찾으며 난리 블루스인데 멈추기 아까울 때가 가끔 있는데 그런 날은 운 좋은 날이다. 아침을 늦게 준비해도 괜찮고 새벽 시간을 좀 더 길게 써도 되는 여유로운 주말이다. 엄마를 불러대는 아이를 외면하고 아들에게 “엄마 지금 그분(영감muse)이 오셨어. 조금만 기다려줘.” 라고 말한 날, 아들이 내게 선물이라며 건넨 명함 한 장은 감동이다. 아빠 명함을 이용해서 뒷면에 엄마의 증명사진을 붙이고 옆에 서툰 글씨로 ‘베스트셀러 작가’라고 썼다. 생각만 해도 낯간지러운 과분한 명함이다. 솔직히 베스트셀러 작가는 꿈도 꾸지 않지만 아들 덕분에 큰 꿈을 갖기로 했다. 아이가 정성스럽게 만들어준 명함이 감동을 넘어 내 가슴을 뛰게 했기 때문이다.
꿈 찾기 수업시간에 엄마들과 ‘꿈 명함 만들기’를 했다. 하루에 자신이 좋아하는 그림 작업을 5~6시간씩 하면서 삶의 활력이 생겼고 언젠가 나만의 전시회를 꿈꾸는 엄마는 ‘꼼지락 놀이터’라는 근사한 명함을 만들었다. 물리치료사는 어느 날부터 노인에게 음악을 틀어드리니 그렇게 좋아할 수가 없단다. 자신의 꿈은 노년의 삶이 좀 더 행복해지게 젊음을 돌려드리는 '음악물리치료사'라는 새로운 분야의 명함을 만들었다. 피아노를 전공하고 음악치료를 공부한 엄마는 사람들이 음악으로 치유를 경험하길 바라는 마음을 담아 ‘뮤직핀’(Musicpin)을 생각해내고 만족스러워했다.
내가 그랬던 것처럼 엄마들은 명함을 만들기만 했는데도 가슴이 두근거린다고 했다. 구본형은 ‘그대 스스로를 고용하라’에서 꿈 명함을 만든 후, 3년 동안 하게 될 ‘자기 혁명의 지도’를 만들어 보라고 제안한다. 자신의 재능을 발휘하고 좋아하는 일을 할 때 보상 수준도 높아질 테니 점진적으로 꿈에 도달하기 위한 단계별 지도 말이다.
예를 들면 베스트셀러 작가가 되기 위해 3년 동안 무엇을 할 것인지 계획을 세워보라는 것이다. 책 한 권을 쓰는 일은 고되고 지루한 일이다. 중간에 지쳐 넘어지거나 포기할 수 있기 때문이다. 꿈에 도달하기 전 ‘승리의 정거장’으로 나는 ‘부모 교육 강의’와 ‘상담하기’를 계획했다. 이를 위한 실천 방안은 첫째, 엄마들을 강의장에서 만나 그녀들의 생생한 목소리를 들으며 필요를 파악한다. 둘째, 내가 쓰고자 하는 분야의 책을 읽고 쓰는 일을 게을리하지 않는다. 셋째, 나를 세상에 알리는 수단으로 블로그에 공개 글을 올린다. 넷째, 내 강의를 들었던 엄마들을 대상으로 '공부하는 모임'을 만든다. (일년 후에 강의를 들었던 엄마들을 중심으로 로컬 독서 모임과 마더 코칭프로그램을 만들어서 진행했다.)
꿈을 가진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은 걸음걸이부터 다르다고 하지 않는가. ‘엄마’라는 근사한 명함 뒤에 가슴 뛰는 또 다른 ‘꿈 명함’을 만들어 보는 것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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