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책그리고영화

[책] 안동 가기 전에 읽으면 좋을 이황 선집

도산에 사는 즐거움

 

 

안동, 몇 번이나 가고 싶어서 마음에 품었던 곳을 광땡(와우스토리 연구소 동기)들과 함께 2015년 4월에 다녀왔다. <도산에 사는 즐거움>을 읽는 내내 이황선생만큼이나 안동의 엠티가 떠올라 얼마나 달떤는지 모른다. 최소한 퇴계 이황선생에 대해 알고 가자고 하시며 스승님이 추천해주신 책인데 얇지만 결코 얕은 지식은 아니다. 압축된 글 안에 의미를 품고 있는 글들을 읽으며 마음이 어찌나 따끔따끔 거리던지. 자작 시들은 또 어떤가. 여기 저기 꽃이 피고 지고 하는 이때에 마음이 잠시 설렌다. 

 

매화를 유독 좋아하셨던 시인의 매화 사랑은 시에서도 드러난다.

달밤의 매화

뜨락을 거닐 제 달이 사람 쫓아오니

매화 언저리를 몇번이나 맴돌았나.

밤 깊도록 오래 앉아 일어날 줄 모르니

향기는 옷에 가득 그림자는 봄에 가득

 

그의 매화사랑에 엉덩이가 들썩거리다가 다시 엉덩이를 붙이고 앉아 책을 읽게도 만들었다. 내 주변을 정리했다가 시 한 구절 읽고 산책을 다녀오기도 했다. 이황과 함께 걷는 기분이랄까. '일상 생활에 진리가 있다'는 부분과 '조급한 마음의 병통'이 특히나 와 닿았다. 일상 생활의 소소함을 느끼는 요즘, 일상이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 체감하고 있기 때문이다. 가정 생활이야말로 학문의 근본으로 공을 들여야 하는 부분이고 천갈래 만갈래 일이 엄청 많다는 것을 어찌아셨을까. 천갈래 만갈래, 이 표현이 위로가 된다. 엄살이 아니었구나. 내가 힘들다, 힘들다 그런 게 엄살이 아니었다는 것을 증명이라도 해준 말 같아서 반갑다. 공력을 들여야 하는 부분이었다. 학문을 닦는 것뿐만 아니라 일상생활을 위해서도 공을 들여 힘을 써야 한다. 진리를 다른 곳에서 찾으려 애쓰지 말고 지금 이곳에서 찾아야 한다는 것을 다시금 확인했다. 오백년 전의 가르침이 여전히 유효하다는 게 놀랍다. 고도의 긴장과 부단한 노력이 필요한 것이 맞다. 공부도 마찬가지. 대번에 터득할 수 있는 일은 아니다. 일상생활을 유지하기 위해 공력을 들이는 것과 마찬가지로 공부도 그렇겠지. 자만하지 말고 조급해하지 말고 진득하게 붙들고 가기. 그게 무엇이든. 공을 들여 애를 쓰는 일이 어디에나 적용된다. 사랑을 하는 일도 그렇고, 아이를 돌보는 일도 그렇고, 집안일을 하는 것도 그렇고. 학문을 닦는 일은 말할 것도 없겠지. 

 

“이치는 알기가 어려운 게 아니라 행하기가 어려우며, 행하기가 어려운 게 아니라 오랫동안 노력하여 참되게 쌓는 게 더욱 어렵습니다.”

 

"독서 계획은 엄격하게 세우되 뜻은 너그럽게 두어야 합니다. 독서 계획을 엄격하게 세운다는 것은 많이 읽는데 힘써야 한다는 말이 아니라, 자기 능력을 헤어려 거기에 맞게 계획을 세운 다음, 삼가 그 계획을 준수해야 한다는 말입니다. (중략) 조급해하지 말고 마음을 비운 다음 요모 조모 글을 음미하며 사색해야 한다는 말입니다."

"무릇 글을 읽을 때에는 부지런히 힘써 푹 익게 하는 것이 으뜸입니다."

"​오직 지나치게 마음을 두는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해서 아예 마음을 두지 않는 것도 아닌 적절한 선에서 잘 살펴보고 잊지 말아서, 오랫동안 학문을 쌓다보면 저절로 나 자신과 진리가 혼연일치되어 이치를 터득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