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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그리고영화

[책] 사무치게 낯선 곳에서 너를 만났다

 

 

<사무치게 낯선 곳에서 '너'를 만났다> 제목의 뒷부분을 자꾸 '나'를 만났다로 기억됐다. 저자의 타향살이를 엿보려고 고른 책인데 의외의 테마 '우정'을 발견했다. 친구가 어떻게 변하니? 우정도 내가 변하는 대로 계절에 따라 변한다. 잊혀진 계절처럼 기억에 남고 추억을 공유한 친구 여럿이 떠올랐다. 엄마는 딸에게 '세상에서 가장 잔인한 친구'라는 말에 격하게 공감했다. 영화 <벌새>의 은희와 영지처럼 뭉근한 관계도 떠오르고. 제자와 스승의 관계지만 어설픈 충고는 하지 않고 따뜻한 차 한 잔 같이 마시며 그윽하게 바라봐주는 사람. 그런 친구 덕분에 덜 외로웠노라고. 사무치게 낯선 곳에서뿐 아니라 어디서든 친구는 필요하다.

 

사무치게 낯선 곳에서 너를 만났다 [e북 발췌]

 

"친구라는 존재는 내가 누군가의 부수적인 존재가 아니라는 걸 일깨워주는 존재다. 그들은 내게 '너는 정상이 아니'라고 말했지만, '너는 특별해'라고 들리게 하는 눈빛을 가지고 있었다."

 

"프랑스 작가 몽테뉴의 말대로 '그것이 그였고, 그것이 나였기에' 사랑할 수 있는 존재. 친구란 특별한 존재로 나를 인식해주는 내겐 특별한 존재이다. '비정상'이라 쓰고 '특별함'이라 읽는 것, '특별함'이라 쓰고 '친구'라고 읽는 것, 그것이 바로 '우정'이다."

 

"오래도록 마음에 남는 그리운 친구, 지금은 뭘 하고 지낼까 궁금해지는 친구, 많이 보고 싶은 친구가 있다. 우린  누구나 그런 친구가 있다. 왜 그럴까? 그 친구와 연락이 끊겼기 때문이다. 끝까지 연락하면, 연락이 끊기지 않는다는 것을, 그 단순한 것을 우리는 모르고 살고 있구나." 

 

"딸에게 엄마란 아낌없이 주고도 미안해하는, 한없이 양보하는, 늘 같이 웃고 같이 우는, 하지만 딸보다 먼저 이 세상을 떠나는, 결국은 딸을 혼자 남겨두는, 끝없는 그리움을 남기도 떠나는 존재이다. 엄마는 세상에서 가장 잔인한 친구이다."

 

 

"낯선 곳에서 친구를 만나는 일은 며칠 동안 못 먹었던 밥을 먹는 느낌이다. 찬거리가 변변찮아도 이젠 뭔가를 먹었다 싶은 밥의 포만감, 그런 든든함이다."

 

 

"친구와 닮아서 친구가 되고, 친구가 되어서 서로 닮아가고... 친구란 나와 닮은 또 하나의 '나'이다. 그래서 만만하고 그래서 가끔은 지긋지긋하지만 포기하기 힘든 것, 나와 닮은 내 친구이다."

 

 

"'내가 내 친구'라는 파우스토의 말은 인상적이었다. 그 말은 듣는 것만으로도 외로웠다. 이탈리아어에는 '영혼의 쌍둥이'라는 표현이 있다. 결혼 상대를 이야기할 때나 진정한 친구를 말할 때 즐겨 쓰는 표현이다." 

 

 

"사람들은 ‘친구가 없어 외롭다’고 한다. 나는 친구가 있어도 외롭다. 친구는 외로움을 대신해주는 존재가 아니라 그냥 내 외로움을 지켜보는 것밖에 못하는 무기력한 존재이다."

 

"맘에 안 드는 면이 보이면 대놓고 맘에 안 든다고 말할 수 있는 편한 관계가 서로를 성장시킨다. 무엇보다 나에게 친구는 다른 세상으로 들어가는 열쇠이자 내가 갇힌 틀에서 탈출하는 비상구였다. 어떻게 살아야 할지 헤맬 때마다 같이 미로를 걸어준 길동무였고 어리버리한 나를 위해 대책을 강구하며 길을 제시해준 네크워크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