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웃음꽃유진/life in Schwanewede

작고 친근한 철학 공동체, 꿀단지 모임

Foto by T.R.

 

6월은 아툴 가완디의 <어떻게 죽을 것인가> 책을 읽고 줌으로 만났다. 우리 모임이 기능적인 면에서도 점점 진화한다. 죽음을 이야기하면서 조심스럽지만 유쾌할 수 있다는 건 아직 우리가 젊기 때문이다. 3년 전 여름, 한국에 들렀을 때 얼굴을 봤으니 화상으로 얼굴을 본 건 3년 만. 이렇게 반가울 수가! 그룹톡으로 목소리만 듣는 것도 좋지만 얼굴을 보니 또 다른 느낌. 한 달에 한 번, 셋이서 함께 읽은 책과 삶을 나누는 일이 이젠 일상의 중요한 부분으로 자리 잡았다. <삶을 사랑하는 기술>에서도 "진정한 관계, 진정한 우정, 진정한 철학 공동체는 작고 친근한 규모로만 가능(378쪽)"하다고 언급했다. 이 모임을 두고 하는 말.

 

요즘처럼 빠르게 변해가는 디지털 문화 시대에 읽고 쓰는 느린 행위를 꾸준히 한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감격스럽고 든든하다. 달콤하고 내면을 충만하게 하고 엄청 좋은데 타인에게 쉽게 설명할 수 없는. 혼자만 숨겨두고 몰래 꺼내 먹고 싶은 꿀단지 같은 모임. 시간이 흐를수록 더 깊어진다. 불안함이 적고 중심을 잡아주며 삶의 다양한 영역을 균형 있게 돌보게 되어 감사하다니 운영자로서 뿌듯하다. '신뢰의 온전한 서클'의 힘이지 싶다. 한 학기 책을 선정할 때마다 마지막으로 꼭 읽어야 한다면 무엇을 읽으면 좋을까, 심혈을 기울여 고른 책에 열광하니 그것도 기쁘다. 하반기 첫 책은 읽는 뇌 분야의 세계적 연구자인 매리언 울프의 <다시, 책으로>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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