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웃음꽃유진/MeStory

글 쓰는 발마사지사

 

이번 주 목요일 11시, 라모나 발마사지 하는 날. 나의 5번째(슈바니비데에서 3명, 슈토프엔 현재 2명) 고객이다. 일단 시작은 일주일에 한 명이면 딱 좋겠다고 생각했는데 역시나 계획을 하면 신기하게 어떻게든 된다. 라모나의 집에서 과일주를 마시던 밤에 내가 발마사지 과정을, 그것도 독일에서 수료했다고 하니 관심을 보였다. 발마사지도 받아본 사람은 안다. 그 맛을. 내 사무실에 침대가 갖춰지면 알려주겠다고 했는데 지난주에 바로 예약을 했다. 마틴이 준 침대를 조립하고 여분으로 가지고 있던 매트리스를 깔았다. 발마사지를 직접 해보니 침대가 낮아서 자세가 불편했지만 그래도 첫날치곤 그럴싸하다. 일하는 방이 아주 마음에 든다. 글 쓰고 발마사지 하고.

 

Arbeite Zimmer

 그간 발마사지를 했던 사람의 연령은 70대 두 분, 내년에 칠십이 되시는 분, 50대 초반 한 명, 그리고 마흔 살 라모나다. 라모나는 발이 어찌나 곱던지. 굳은살이 하나도 없고 부들 애기 발이다. 물어보니 매일 발크림을 바를 뿐 아니라 족욕에 각질 제거도 하면서 스스로 관리를 한단다. 어쩐지 이 발은 관리가 잘 된 발이다. 지난주 기슬라 발도 70대 할머니인데 엄청 깨끗해서 물었더니만 나한테 발마사지 받기 두 시간 전에 발관리사에게 케어를 받았단다. 발도 관리 여부에 따라 천차만별이다. 

 

발마사지는 굉장한 집중력이 요한다. 집중해서 발의 마사지 지점을 때로는 부드럽게 때로는 눌러주니 손에 힘이 들어간다. 기 빨리는 느낌. 그래도 몸 쓰는 일이라 마음에 든다. 내가 들인 노동만큼 수입이 생긴다는 것도 좋고. 지금은 연습기간이니 올해까지는 저렴한 가격으로 책정했다. 일주일에 이틀은 발마사지를 하고 나머지는 글을 쓰는 것도 나쁘지 않겠다. 내가 정성스럽게 마사지를 해서 만족하는 모습을 보는 건 기분 좋은 일이다. 센 마사지를 경험한 분들은 아프지 않고 만족스럽단다. 나도 누가 내가 한만큼 해주면 좋으련만.

 

라모나가 돈을 내려고 지갑을 들고 왔다. 내가 처음은 무료라고 하니 그러지 않아도 된다고. 그래도 친절한 집주인이니 특별하게 처음은 공짜로 해주겠노라고. 오늘 마음에 들면 다음부턴 돈을 내면 된다고. 마침 지난주에 나에게 발마사지를 받은 기슬라에게서도 왓츠앱이 왔다. 애들 안부를 물으면서 발마사지를 받고 글쎄, 3일이나 무릎 통증이 없었노라고. 다시 받고 싶다고. 돈은 당연히 내겠노라고(Natürlich gegen Bezahlung). 앗싸!다. 정성 들인 만큼 효과가 있고 알아주는 듯해서. 이런 게 바로 내가 추구하는 로컬 브랜드다. 내가 가진 재능이나 취향을 발견해서 자신이 가진 자본으로 시작하는 것. 나만의 스토리를 창조하는 것! 예전에 와우 스승님의 강의에서 들었던 내용이 퍼뜩 떠오른다.   

 

local 브랜드는 어떻게 탄생하는가

-돈타령하지 말고, 가진 자본으로 시작하라.

-자신의 재능, 흥미, 취향을 발견하라.

-좋아하는 장소를 재창조하라.

(“내 삶은 내가 생활하는 곳에서 시작되는 거니까요.”장진우 인터뷰 중에서)

-사업계획 대신 과정을 즐겨라.

-뜨는 곳 찾지 말고, 독특함으로 무장하라.

 

Remind your STORY!  Find your STORY!  Start where you are. Focus on your own life!

 

흐지부지 되기 전에 추진하는 게 좋다. 아무리 취미라지만 독일인을 대상으로 독일어도 서툰 마당에 발마사지를 하는 건 생각보다 많은 의지력이 필요. 수료증도 꺼내서 액자에 넣어 걸어두어야겠다. 상담심리 수료증도 같이 걸어둘까. 심리학 석사가 하는 발마사지, 뭔가 안 어울리는 듯하지만 근사한 느낌. 독일 사회로 나오지 않고 그냥 꼭꼭 숨어서 최소한의 독일어만 하고 살 수도 있다. 뭔가를 새롭게 시작하는 일은 한편으로 설레기도 하지만 귀찮은 마음도 솔직히 많이 드니까. 독일어는 여전히 피곤하고 어렵고. 이렇게 물꼬를 텄으니 앞으로 발마사지를 조금씩은 하게 되겠지. 소박하게 시작했지만 어떻게든 꾸려지겠지. 약해지는 마음이 결심을 잠식하기 전에 프라우 쇼팽이 정성스럽게 써준 부적 같은 후기를 꺼내 본다. 내 발마사지가 얼마나 좋았는지를. 

 

Frau Chopin이 써 준 발마사지 후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