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날은 바디 발란스(이름만 다를 뿐 요가랑 비슷)를 둘째 날은 등 요가를 한 시간씩 하고 나서야 깨닫는다. 아! 맞다. 강도 높은 운동을 했을 때의 그 뻐근한 기분 좋음을. 이 좋은 걸 이제야 기억해냈다니. 인간은 망각의 동물이라지만 좀 심하다. 영혼을 담은 내 몸에 환한 빛이 스미는 느낌, 덕분에 영혼까지 환해질 듯한 예감이다.
등이 그렇게 아파서 잠 잘때마다 끙끙거리면서 등을 집중적으로 자극하는 강도 높은 운동 잊고 있었다니. 집에서 혼자 하는 15분 요가와 걷기만으로는 해결이 안 된다. 안 아픈 사람은 걷는다. 아픈 사람은 어떻게든 운동을 한다. 그전에 살던 곳에서 일주일에 한 번이지만 김나스틱(요가보다 강도가 센 운동)을 하면 최소 3일은 등뿐만 아니라 그 시원함이 유지됐다. 그걸 까맣게 잊었다니. 걷기도 집을 나서기가 어렵지 하고 나면 늘 잘했다 싶은 것처럼 강도 높은 운동도 그렇다. 혼자 하는 건 한계가 있고 전문가의 코치는 언제나 옳다. 집중해서 한 시간 하는 것과 강도가 다르다. 쓰기도 혼자 비공개로 쓰는 것과 함께 쓰는 건 차이가 나듯이. 쓰기와 비슷하게 운동하지 않을 핑계는 도처에 널렸다.
괜히 엉뚱한 곳을 기웃하다가 결국 간 곳이 베레나가 소개해준 피트니스 센터다. 이렇게 다양한 프로그램이 있는 줄은 몰랐다. PT만 주로 하는 곳인 줄 알고 지날 때 가끔 듣는 흥겨운 음악 소리에 문을 열었나 보군, 생각만 하고 갈 생각은 못했다. 이젠 도저히 안되겠다 싶어서 집에서 가까운 곳 두 곳을 직접 본 중에 거기가 제일 마음에 든다. 맞다. 그리고 올 초에 염두하고 있을 때는 락다운이라 또 한편으론 다행이다 했다. 새로운 사람을 만난다는 게 은근 부담이라 자발적으로 고립을 택한다.
낯선 사람들이 있는 곳으로 들어가는 건 의외로 에너지가 소모된다. 외향인 성격이지만 다수의 사람들을 만나는 것보다는 은밀한 만남을 선호하는 성향만 봐도 관계의 새로운 지평을 여는 건 서툴다. 꼭 무슨 관계의 확장이 아니더라도 처음 뭔가를 시작하는 데 드는 에너지를 아까워하는 지도 모르겠다. 의외로 하나의 문턱만 넘으면 쉬울 수 있는데. 다른 곳의 요가 수업을 찾아서 문의했는데 자리를 알아보고 전화를 주겠다더니 함흥차사라, 또 지체.
근력 운동을 해야는데, PT를 전문가에게 받아야지 생각은 늘 하지만 온통 기계로 꽉 찬 공간을 보면 압도당한다. 부담백배다. 기계로 운동을? 그건 또 아니다. 차선으로 선택한 건 부위별 운동을 찾아서 하는 거다. 등이 아프면 등 스트레칭 요가를 뱃살을 빼려면 복근 운동 하는 식으로. 큰 기대 없이 간 곳에 다행히 내가 좋아하는 요가도 필라테스도 있고. 첫날의 바디발란스, 낯선 동작은 없다. 복근 운동으로 했던 동작도 포함돼 있다. 요가도 부위별로 세분화되어 집중적으로 하는 게 좋다. 한 시간 강도 높은 요가를 하니 땀난다. 최종적으로 하고 싶은 업 독(엉덩이가 하늘로 솟는 삼각형) 동작도 자주 나오니 반갑다. 쉽게 될 것 같지 않은 동작이지만 꼭 완성해보고 싶은. 선생의 몸매가 아주 매끈하니 딱 보기에도 요가 선생스럽다. 끝나고 나니 살 것 같다는 말이 절로 나온다. 이 좋은 걸 이제야 하다니. 그동안 적극적으로 할 생각을 못했다는 게 아쉽지만 이제라도 시작해서 얼마나 다행인지. 등이 뻐근하니 자극이 오는 게 얼마만인지 온 세상이 환하다. 내 몸에게 천국을 맛보게 한 날, 꿀잠 보장이다.
운동 시작하기 전엔 변심할까 봐 운동복까지 장만했다. 돈 들이면 어떻게든 하게 되겠지 싶은 마음에. 요가복의 샤넬이라는 ‘룰루레몬’까지는 아니더라도 몸에 핏하게 맞으면서 마음에 드는 걸로 사두면서 예열했다. 스트레칭 발레까지 포함하면 10년은 족히 넘는다. 혼자 하는 요가로도 충분하다 싶으면서도 한편으론 어려운 동작은 전문가의 도움을 받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하나의 동작이라도 정확하게 해내고 싶어서. 안 되는 동작은 여전히 안되고 하던 동작이라도 하루를 쉬면 알아챌 만큼 몸은 정직하다. 글쓰기와 요가도 은근히 닮은 구석이 많다.(2021년 10월 27일에 쓴 글)
'웃음꽃유진 > 아무튼 피트니스' 카테고리의 다른 글
선홍빛 노을 (0) | 2022.02.03 |
---|---|
말해 뭐해, 독일어보다 요가 (0) | 2022.01.21 |
한 평 매트 위의 홀가분함 (0) | 2022.01.03 |
[치아 교정] 끝나면 20%도 마저 돌려받기 (0) | 2021.06.04 |
[5월 2주 차] 주말엔 10km, 주중엔 7km 걷기 (0) | 2021.05.1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