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웃음꽃유진/아무튼 피트니스

한 평 매트 위의 홀가분함

”나의 등은 강하고 건강하다. 좋지 않은 기운은 모두 버린다. 내 몸에 좋은 에너지가 꽉 찬다. 나는 강하고 건강하다 “

 

 

 

요가의 마지막은 불을 모두 끄고 입구의 커튼도 가리고 매트에 누워서 이끄는 사람의 목소리에 귀 기울인다. 눈은 감고 다리와 발을 양쪽으로 편하게 벌린 사바사나 자세로. 대략 6분에서 7분 남짓 될까, 이때 정적을 깨고 콧소리가 갑자기 고르지 않게 가팔라지면서 코 고는 소리가 들린다. 누군가의 코고는 소리를 들으며 매트와 한 몸이 되어 한 숨 자고 싶은 생각과 잠에 빠지지 말아야 할 텐데 너무 편하게 이완되지 말아야지 되뇐다.

 

1시간을 쉴 틈 없이 휘몰아치게 진행하는 월요일 바디발란스 선생의 몸은 찔러도 피 한 방울 안 나오게 콤팩트하다. 오랜 시간 단련한 몸이라 그런지 지방은 거의 없이 밀도 있게 압축된 몸매다. 콧날은 전형적인 독일인처럼 뾰족하고 갈색 머리는 질끈 묶어 올렸다. 무릎과 팔뿐 아니라 등도 어느 순간에도 흐트러짐 없이 늘 꼿꼿하다. 화요일 요가 선생은 동작 중간에 돌아다니며 자세를 교정해주기도 하는데 이 사람은 눈빛으로 모든 걸 장악한다. 자신의 자리를 한 번도 떠나지 않지만 그만큼 쉴 틈 없이 동작 사이사이를 빠르게 연결해서 진행한다. 틀어놓은 음악의 템포와 대부분의 동작이 맞아떨어진다. 수없이 많이 반복했다는 걸 대번에 알겠다. 목과 연결된 뭉친 어깨와 뻐근한 등과 척추가 탈탈 털리는 느낌이다. 항상 있던 자리 그대로 어떤 자극도 특별히 받지 못해서 굳어진 근육들이 자신에게 관심을 가져줘서 미치게 좋다고 아우성치는 느낌은 꽤 근사하다. 이리 비틀고 저리 비틀며 팔과 다리는 내가 늘릴 수 있는 만큼 최대한 길게 늘어난다. 선생은 말하면서 동작을 제대로 해내는 일이 절대 쉬워 보이지 않는데 그걸 썩 잘 해낸다. 

 

아무 생각도 하지 않는 상태, 그런 시간을 자주 종종 매트 위에서, 어쩌면 가능하겠다. 조금만 더 수련하면. 벌써 내일이면 프리즘에서 8 번째 글이 발행된다. 뿌듯한 마음으로 매트 위에 앉는다. 다음 주 주제는 뭘 쓰나. 글은 배경지식으로 쓴다는데 그동안 쓴 글을 최대한 활용해서 비슷한 주제끼리 묶고 사진을 찾고 고치고 의미를 부여하는 일까지. 뭐라도 써둔 게 있어서 확장도 가능하다. 열심히 찍어놓은 사진이 기막히게 쓰이는 순간은 기쁘다. 생각보다 품이 많이 든다. 그래도 완성된 글을 일요일 저녁에 편집자에게 보내는 일은 뿌듯하다. 퇴고를 하기 위해서는 읽을 수밖에 없을 텐데 자잘한 부분을 손봐주는 걸 보면 고맙다. 딸의 유치원 적응기를 읽을 땐 뭉클했다는 피드백도 받았다. 단 한 명의 독자는 확보된 셈이니까, 30개 글 중 이제 25퍼센트는 쓴 셈이다.

 

시작은 정말 반 이상이다. 서른 개의 글이 완성되는 날도 기쁘겠지만 한주 한주 글을 쌓아가는 기쁨도 좋다. 이런 게 바로 과정을 즐기는 일이겠지. 목표 금액 1억을 달성하는 날도 말할 수 없이 기쁘겠지만 하루하루 투자금을 늘려가면서 조금씩 불어나는 계좌를 보는 즐거움도 놓치고 싶지 않다. 많은 게 필요하지 않은, 겨우 한평 위에서 잡다한 생각들이 펼쳐진다. 휘몰아치게 지나가는 시간 속에서 내 몸의 땀구멍마다 땀이 나올락 말락 한 상태. 언젠가 확 터져서 나오길 바라면서. 다른 사람을 의식할 기운도 어떤 걱정도 들어올 틈이 없다. 점점 시간이 지날수록 잡념은 사라진다. 하나의 동작에만 집중하기도 쉽지 않으니. 지금 이대로도 괜찮다. 충분히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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걷기와 스트레칭

"운동은 삶의 활력을 높이고 기분 좋은 에너지를 맛보기에 제격이다. 운동이 좋은 건 누구나 알지만 꾸준히 지속하기는 어렵다. 오랫동안 운동과 친하지 않던 내가 꾸준히 운동하게 된 이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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