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넷플릭스엔 안나 까레니나가 없었다. 그래서 아마존 프라임에 가입해서 영화를 봤다. 이번 주 마코 수업에선 지난 3달간 안나 까레니나를 읽었고 3월 달엔 영화를 보고 원작과 분석해보자고 제안했다. 톨스토이의 위대한 걸작 안나 까레니나를 읽어야겠다고 마음먹은 건 다독이는 글쓰기 수업 주인장께서 글 쓰는 사람이라면 꼭 읽어야 할 작품으로 꼽았다. 언젠간 읽어야지 생각만 했던 작품을 비유와 묘사의 결정체라는 말에 동했다. 하고 싶은 게 있으면 함께 할 동학이 있다는 건 시너지 효과를 백배 이상 내는 일이다. 내게 마코가 그렇다. 좋은 걸 함께 하자고 제안하면 흔쾌히 너도 나도 좋다고 덩달아 신나 한다. 만만치 않은 분량의 이 책도 그렇게 시작했고 이번 달로 대장정의 마무리를 한다. 혼자 읽었다면 이만큼 정성 들여 읽지는 못했겠다. 게다가 각자 원하는 인물을 한 명씩 맡아서 캐릭터 집중 분석하는 과제도 냈다. 순영님은 키티를 태린 씨는 안나를 나는 레빈을 맡았다. 맡은 만큼 집중하게 되니 더 애정이 간다.
2012년에 만들어진 영화 안나까레니나는 파격적이다. 무대도 의상도 한마디로 입이 떡 벌어질 지경. 당연히 한글 자막이 없어서 독일어로 2시간이 넘는 시간을 봤는데 다 알아듣지 못하더라도 어떤 장면인지 딱 알겠다. 그만큼 원작에 충실했다. 긴 스토리를 다 담지는 못하더라도 중요 장면은 거의 다 들어갔다. 영화 속의 무대는 뮤지컬이나 오페라처럼 화려했다. 장면 전환은 자연스럽고. 각 인물의 캐스팅도 나쁘지 않다. 화려하고 매력적인 안나는 키이라 나이틀리가 순수한 캐릭터 키티를 맡은 배우의 이미지는 그대로 잘 어울렸다. 고지식한 알렉세이와 진지한 청년 레빈까지, 나름 설득력이 있다.
휘몰아치듯 빠르게 진행되는 장면 전환으로 엄청난 분량의 원작을 한 번에 후루룩 훑어보는 느낌이다. 중요 장소인 기차역의 연기 속의 기차 바퀴와 소음은 시작부터 강렬하다. 오랫동안 기억에 남는 건 흰 들꽃이 만발한 풀밭에서 세료자가 안나의 딸을 부르는 장면, 알렉세이는 의자에 앉아 있고 셋은 모두 흰색 윗옷을 입었다. 안나의 부재 속에서 맞이하는 평화라니! 이 장면이 왜 이렇게 오랫동안 각인되었나 했는데 감독 조 라이트의 작품은 워낙에 영상미가 좋아서 영화를 멈추면 하나의 '명화처럼' 보인단다. 정말 그렇다. 흰색과 초록의 조합이 눈이 부시게 평화롭게 느껴진다. 키티와 레빈의 부부와 다르게 브론스키와 사랑에 빠진 안나의 파국이라는 결론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 누가 감히 안나에게 돌을 던질 것인가. 결혼이라는 거대한 주제에 얽힌 다양한 감정을 이 두 가정의 사례를 통해 살펴볼 수 있어서 유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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