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은 4박 5일간 학교에서 학급 여행을 떠났다. 초등 4년제인 독일에서 고참인지라 수학 여행인 셈이다. 작년 이맘때 신청서를 제출했고 중간에 학교에서 부모의 밤에 참여해서 여행에 대한 브리핑을 들었다. 6장 짜리 안내문엔 비상시 연락처와 준비물, 가져 오면 안되는 전자 기기와 그곳에서 자유롭게 사용할 돈은 10유로로 쿠폰으로 지급된다는 등의 정보와 규칙이 담겨 있다. 제일 중요한 것 중에 하나가 보험 카드와 파상풍 주사를 맞았다는 예방접종 증명서다. 사고가 있을 시 보험 카드는 꼭 필요하고 파상풍 주사도 확인한다. 수영 여부를 체크해서 제출했다. 학교에선 2학년 때 수영을 배우는데 우리 아이는 3학년부터 다녔으니 한국에서 3개월 강습한 것이 전부라 못한다고 표시했다. 수영 여부가 왜 중요한가 했더니만 수영을 못하면 바다에선 못놀고 수영장에서 놀게 된단다.
여행 가기전 한달 동안 아이가 섬에 대해 공부하는 것을 보니 독일 북쪽에 작은 섬들이 꽤 많았다. 그 중 하나인 Spiekeroog라는 섬으로 페리를 타고 들어간다. 하루는 섬에서 쓰는 독일어 사투리를 배웠다. 철저한 준비를 끝내고 아이들은 Spiekeroog로 떠난지 삼일째다. 아이와 직접 연락할 방도는 없다. 매일 하루에 한장씩 학교 홈페이지에 사진을 올려준다고 했는데 아직 깜깜 무소식이다. 아이와 여태 이렇게 오랫동안 떨어져 보는 게 처음이라 첫 날은 신났는데 이틀날은 조금씩 걱정되더니 오늘은 괜찮다. 어젯밤 자기 전에 킴엄마에게 와츠앱(독일에선 한국의 카카오톡대신 와츠앱을 쓴다.)으로 "오늘은 섬에서 연락이 없네요. 아이들은 잘 있겠죠." 했더니만 "아마도 잘 있을 거라고. 삼일만 지나면 우리의 아이들이 커 있을거라고(in 3 Tagen sind unsere großen Jung wieder da). 위로의 말을 해주었다. 이층 버스에서 쿨하게 손 흔드는 우리집 첫째와 달리 킴은 엄마품에 오랫동안 안겼다가 눈물을 훔쳤다. 둘째라 그런 모양이라고 했더니만 맞다고 막내라서 더 애틋하다고 했다. 하긴 작은 아이는 열살이어도 막내니까. 몇몇 독일 엄마들이 눈물을 보이는 모습이 의외다. 우리집 큰 아이가 부쩍 커서 곧 오겠다. 돌아오면 잘해주어야지. 한 녀석만 없어도 집이 휑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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