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릿(아이큐, 재능, 환경을 뛰어넘는 열정적 끈기의 힘), 앤젤라 더크워스 지음
‘난 이제 그릿(GRIT)을 발휘해야겠어’ '그릿이 필요한 시점이야.'라며 나는 어느새 '끈기'라는 말 대신 '그릿'을 자연스럽게 사용하고 있었다. 그릿이라는 단어가 어감도 매끄럽고 세련된 단어라는 생각도 든다. 그릿(GRIT)은 성장(Growth),회복력(Resilience),내재적 동기(intrinsic Motivation),끈기(Tenacity:지속하는 힘)의 앞 글자를 따서 만든 단어로 미국의 심리학자인 앤젤라 더크워스가 개념화한 용어다. 단 한권의 책으로 베스트셀러 작가의 자리에 오르고 저명한 저술지에 발표되기도 했다니 놀랍다.
'넌 천재구나' 대신 ‘넌 천재가 아니잖니?’라고 용감하게 말해준 아버지 덕분에 저자는 실망하기도 했지만 자신의 일을 좋아하고 똑똑함보다는 집념이 강한 사람이 되겠다고 다짐했다. 이 책은 저자가 자신의 ‘상위 목표’를 잊지 않고 그릿의 전형들이 중요하게 행하는 ‘의식적인 습관’으로 끈질지게 매달려 완성한 결과다. 그녀에겐 응원해 준 동료과 객관적인 피드백을 준 멘토들 덕분에 그릿을 끝까지 연구하는데 도움을 받았다. 성취심리학에 열정을 발휘한 것은 물론이고 연장선으로 새로운 시도인 집필에 도전하는 일 자체는 그녀의 두 딸에게도 그릿의 전형이 되었다.
한 분야에서 두각을 드러낸 위대한 사람들에겐 ‘재능’만 있었던 것은 아니라는 것은 오랫동안 화자되었던 주제다. 재능에 '현혹'되거나 '신화화'하진 않지만 재능을 간과하기는 어렵다. 재능에 더해 보이지 않게 들인 어머한 노력으로 끝까지 결과물을 완성해낸 거장들이 존재할 뿐이다. 대부분 맨 처음 시작은 호기심으로 좋아하게 되고 그 일에 대한 열정이 타오르면 장애물 앞에서도 열정이 사그라들지 않고 유지해서 높은 성취감을 맛본다. 이 책을 통해 그릿 전형들의 특징을 일목요연하게 알게 되었다. 예시들은 이해하기도 쉽고. 아, 그렇겠구나. 하는 공감도 들었다. 그릿과 연결된 충분한 사례와 과학적 연구 취합 결과들이 탄탄하다.
삶을 대하는 태도가 달라보이는 그릿 전형의 고백들이 유독 인상적이다. 인생 철학이 담긴 상위 목표는 시간이 한정된 우리네 삶에서 무엇을 선택하고 집중할지 우선순위를 정하는 데 용이한 나침반 역할을 해준다. 물론 때로는 경로 변경이 필요할 때도 있겠지만, 투지가 강한 이들은 왠만해선 자신에게 중요한 목표인 나침반을 바꾸지 않는단다. 초점화된 중요한 목표에 대해서는 “지루해, 노력할 가치가 없어. 이것은 내게 중요한 일이 아니야, 나는 못 하겠으니 포기하는 게 좋겠어."(p116) 대신 “열심히 하는 거죠. 재미가 없을 때도 해야 할 일을 해야죠. 왜냐하면 결과를 달성하면 엄청 즐거우니까요."(p162) 과정은 힘들지라도 끝까지 노력해서 완성하는 기쁨을 아는 대답이다. “나는 내 일을 사랑한다.” 혹은 마지막에 “힘들었어요. 그래도 좋았어요!”라고 고백한다.“가장 실망스러웠던 일은 무엇입니까?”에 대한 질문에도 그릿의 전형들은 “글쎄요. 실망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나는 어떤 일이 생기든 거기서 배울 점이 있다고 보는 편이에요." “그래, 썩 잘되지는 않았지만 계속 밀고 나가야지.”라며 낙관적이다.
그렇다면 유전자와 환경의 영향을 동시에 받는 그릿을 어떻게 기를 것인가. 의지력처럼 그릿 또한 강화될 수 있고 성장 가능하다니 반갑다. 좋아하는 일에 ‘관심’을 갖고 매일 꾸준히 ‘연습’하고 타인에게 도움이 될 것이라는 '목적의식'을 갖고 실패해도 포기하지 않는 ‘희망’을 갖는다. 최고의 기량을 위해 연습을 하되 질적으로 ‘다른 양질’의 연습을 하고 연습할 때마다 결정의 피로감에 시달리지 않도록 ‘의식적인 연습’의 ‘습관화’를 제안한다. 대부분의 대가들이 그랬듯이.
자녀에게 그릿을 길러주는 방법으로 '완성해보는 경험'과 '특별 활동'을 제안한다. 자발적인 선택으로 부담이 적고 즐겁게 참여하는 특별 활동에선 부모외의 영향력 큰 멘토를 만날 가능성이 높다. 한번 하기로 한 것은 끝까지 해보는 완성을 경험하는 것은 아이의 끈기를 기르는 데 도움이 된다는 것이다. 자녀에겐 어떤 것보다 부모가 자신의 일에 심취해서 끝까지 해내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최상이라는 것에 동의한다. 그릿 문화의 언급은 내가 현재 어떤 문화의 영향을 받고 있을지 주변 환경을 살펴보게 했다.
저자가 이 책의 마지막에서 쓴 것처럼 그릿이 성공의 전부는 아니지만 탁월함에 이르는 중요한 요소임은 분명해 보인다. 짧은 지면에서 다루었지만 그릿과 행복도의 상관 관계를 상상해본다. '그릿을 심하게 발휘하며 사는 사람의 주변 가족들에게 미치는 영향은 긍정적이기만 할까?' '자신이 좋아하는 일에 심하게 몰입할 때 놓치는 일상의 소중한 것들은 없을까?' 이런 저런 질문들이 떠다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릿을 제대로 발휘해보고 싶은 욕심도 생긴다. 댓가를 지불하더라도 ‘자기 잠재력의 실현에서 오는 충족감과 맞바꿀 만한 가치는 없다’는 고백으로 그릿의 정점에 서서 충만감에 사로잡히는 것도 황홀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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