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 살 아들은 화장실에서 큰일을 보고 난 후, 화장실 사용 불가라며 코를 막으며 나온다. 배변 훈련할 적만 해도 “어쩜 넌 똥도 예쁘냐”고 열광했던 내가 냄새 지독하다고 어서 화장실 창문 활짝 열라고 난리 칠 줄 예전엔 미처 몰랐다. 사랑은 변한다. 이젠 변기가 막힐 걱정할 만큼 아이가 컸고 황금 똥에 호들갑스럽게 반응했던 엄마는 사진 찍어서 아빠에게 전송한 날이 까마득한 옛일이다.
얘들아, 엄마가 얼마나 엽기적이었는지 알아? 네가 기저귀 떼고 처음으로 변기에 앉아 바나나 똥 성공했을 때 아빠한테 사진 찍어서 보냈다니까. 마침 아빠가 그때 회사에서 점심 식사 시간이었는데 그 사진 보고 황당해서 어쩔 줄을 모르셨대. 엄마보고 어떻게 밥 먹을 시간에 똥 사진을 보냈냐며 엄청 웃으셨어. 물론 일부러 식사 시간에 맞춰 보낸 건 아니지만.
아들아, 그때 기억나? 엄마가 응가 노래도 불러줬던 거. “힘줘, 끙, 아이고 우리 아들 잘한다.” 라면서 엄마도 너랑 힘주는 시늉도 같이했잖아. 엄마 손 꼭 잡고 변기에 앉아서 다리를 살랑살랑 흔들 때 너 진짜 귀여웠다니까. 얼굴에 힘이 빡! 들어가서 발갛게 물들도록 애쓰는 모습이 어찌나 사랑스럽던지. 그러다 바나나 모양 응가 나왔을 때 황금색이라며 잘했다고 손뼉 치며 칭찬했잖아. 엄마가 생각해도 엽기 엄마가 맞다. 그랬던 엄마가 한 8년 지나니까 냄새난다고 엄청 구박하네.
그땐 뭐든 처음이라 쉽게 감동했던 거 같아. 엄마가 해준 밥 먹고 건강하게 황금 변을 본 네가 자랑스러워서 사진 찍었고. 엄마 혼자만 보기 아깝고 그렇다고 이런 엄마 마음에 격하게 공감해줄 사람은 아빠뿐이니까. “여보, 당신 아들이 이렇게 장한 일을 했어. 엄청나지?” 라는 메시지와 바로 전송했지. 그 사진을 이모에게 보냈어 봐, 얼마나 욕먹었겠어.
아빠가 한참 뒤에 전화하셨는데 사진이 전송된 때가 마침 후보자랑 점심 식사 중이셨대. 사진 보는 아빠 표정에 무슨 일이냐며 아는 척을 하는데 차마 식사 자리에서 솔직하게 말하기 어려워서 민망하셨대. 엄마한테 어떻게 응가 사진을 그것도 밥 먹을 때 보냈냐며 어이없어하면서도 목소리는 웃고 있었어. 아빠도 은근 좋아하는 눈치였다니까.
그 후에도 한참 동안 아빠와 엄마는 너의 예술 작품(응가) 확인하기가 행복한 일상 중 하나였지. 그 기쁨을 엄마 혼자 누리기 아까워서 아빠를 끌어들였더니 나중엔 엄마보다 더 좋아하셨어. 매번 네게 ‘아주 최고’라고 우린 엄지를 쌍으로 치켜세워주곤 했으니까. 밥 먹을 때 전송된 황금 똥은 절대 못 잊을 추억이라며 우린 가끔 떠올리며 웃는다. 아들아, 혹시 너의 도도한 자긍심은 네 똥에 열광한 엄마로부터 비롯된 게 아닐까.
'엄마는오늘도' 카테고리의 다른 글
짜증 한 바가지에 배부른 날 (0) | 2017.11.24 |
---|---|
김밥 옆구리 터지는 소풍날 (0) | 2017.11.24 |
엄마 반성문 (0) | 2017.11.12 |
꽤 유용한 'Start' 버튼 (0) | 2017.11.12 |
쉿! 비밀이야. 보물찾기 (0) | 2017.11.0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