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 겨울이 왔을까? 계절은 사람이 늙는 것처럼 서서히 쇠퇴해갔다. 하루하루의 변화는 눈에 띄지 않았지만, 어느새 겨울은 가혹한 현실로 자리를 잡았다. 처음에는 저녁에 기온이 좀 내려가는가 싶더니, 며칠 계속 비가 오고, 대서양에서 온 바람이 제멋대로 불고, 습도가 높아지고, 나뭇잎이 떨어지고, 결국 서머타임으로 당겼던 시간을 다시 늦추게 되었다. 그래도 이따금씩 유예의 순간들이 있었다. 외투 없이 집을 나서다 구름한 점 없이 밝게 빛나는 하늘을 볼 수 있는 아침이 그런 때였다. 그러나 이런 아침은 이미 죽음을 선고받은 환자가 보여주는 거짓 회복 징후와 같았다. 12월이 되자 새로운 계절은 확고하게 뿌리를 내렸다. 거의 불길한 느낌을 주는 강철빛 회색 하늘이 도시를 덮었다.”
알랭 드 보통이 여행의 기술에서 겨울을 묘사한 부분은 지금 내가 있는 곳의 모습과 흡사하다. 서머타임으로 늦춰진 시간은 무색하게 하루하루 급속하게 어두워졌다. 7시 30분에 집을 나서는 오누이가 야광조끼를 입고 학교에 도착해도 아직 동트기 전이다. 겨울이 가혹한 현실로 자리잡은 것이다. 강철빛 회색 하늘과 함께. 내 마음도 칙칙하다. 라고 쓰고 집을 나섰다. 오늘은 아이들 학교에서 크리스마스 장식 만드는 날이다. 지난 번 크리스마스 과자에 이어 12월 25일을 준비하는 연장선이다. 난 딸반에서 도왔는데 이런 걸 만들었다.
오늘이 12월의 첫날이니, Adventskalender(12월 1일부터 24일인 이브까지 매일 하나의 선물을 꺼내며 크리스마스를 기다린다)의 오픈이 시작되었다. 딸반에선 얼마전 양말을 가져오래더니만 그 안에 작은 선물을 넣어 매달아두었다. 단 하나도 같은 양말은 없었다. 죽죽 늘어진 모양이 어찌나 기발하고 웃기던지!
강철빛 회색 하늘에도 굳건하려면 예쁘고 환한 소품들이 많이 필요하다. 크리스마스 되기 전, 4주동안 매주 하나씩 초를 밝혀서 네개의 초를 다 밝히며 크리스마스를 기다린다는 Abentskranz도 있다길래. 학교에서 저렴한 가격으로 판매해서 난 예쁘게 장식된 하나의 초만 사왔다. 12월의 밤을 매일 밝히면 기분이 조금은 나아질지도 모르니까.
'웃음꽃유진 > life in Schwanewede' 카테고리의 다른 글
매력적이고 흥미로운 일 (0) | 2017.12.09 |
---|---|
수제 잼 한 병 (0) | 2017.12.08 |
손님 초대 (0) | 2017.11.21 |
소팽 선생과 시작한 독일어 공부! (0) | 2017.11.17 |
한국에서 온 반가운 선물 (0) | 2017.11.0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