십대 아들은 점점 자기만의 세계로 빠져든다. 태블릿에 빠져서 많은 시간을 보내고 싶어 하고, 요즘은 웹툰에 정신을 팔고 산다. 어디까지 통제하고 어디까지 허용할 것인가. 이것이 늘 고민이다. 아이와 원만한 관계를 위해 잔소리는 줄이고 자율적으로 끊고 적당히 전자매체를 이용하길 바라지만 그게 어디 어미나 아이나 쉬운가. 인간의 욕망은 끝도 없어서, 하면 할수록 갈증이 해갈 될까. 싶지만 꼭 그렇지도 않은 듯하다.
평일엔 한두 시간 태블릿에 시간을 쏟으면 하루가 저무니 그 시간이 얼마나 아까운지 모른다. 세상 모르고 정신 놓고 빠져드는 아이를 보는 것도 피곤해서 아예 외면할 때가 많다. 안 보면 최소 속은 안 터지니! 금요일엔 딸과 둘이 약속이 있어서 나가면서 아들은 오랜만에 자유를 만끽하라고 했다. 간식 먹으면서 태블릿 하기. 세 시간은 족히 해서 그런가. 아이가 좀 갈증이 풀린 것 같기도 했다. 다음 날 아침에도 찾지 않는 걸 보면. 시간을 충분히 허용한 다음엔 기대하게 된다. 그다음엔 시간을 칼 같이 지켜주기를. 하지만 그건 내 생각일 뿐이고. 아이의 욕구는 줄어들 기미가 도통 보이지 않는다.
보드게임을 50개 수집해서 주변 사람들과 즐기는 초등학교 교사인 아빠 김태희는 <볼드저널 bold journal :일과 가정의 균형을 지키며 창의적으로 삶을 꾸려가는 아버지들을 위한 잡지 >에서 인터뷰하면서 이렇게 말한다. “연령에 상관없이 가족 모두가 함께 집중할 수 있는 매개체가 있다는 것은 무척 중요하다는 생각을 해요” 나도 그렇게 생각한다. 아이의 발달에 따라 다른 옷을 갈아 입으며 가족이 일정시간 함께 보낼 거리를 만들고 지속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게 꼭 보드게임일 필요는 없다. 운동이 될 수도 있고 독서나 여행이 되어도 좋겠다. 보드게임을 해보니 세대 차를 극복하고 함께 할 괜찮은 도구다. 무엇보다 어른도 즐길 수 있어서 좋다.
대신 다양한 보드게임을 준비해서 질리지 않고 이것저것 선택할 수 있으면 좋다. 우리집에도 어느새 10종류 이상의 보드게임이 쌓였다. 독일 도서관엔 다양한 보드게임이 구비되어 있으니 책처럼 대여할 수 있다. 매번 새로운 게임을 숙지하는 것이 어렵지만 재미있는 게임을 발견하면 한동안 집중해서 논다. 요즘은 보드게임 뿐 아니라 원카드로 하는 포커와 블랙잭도 즐긴다. 남편은 대학 때 종종 했었다면서 은근 실력 발휘중이다.
남매는 아빠가 맥주를 마시면 생기는 따개들을 모아서 돈처럼 서로의 물건을 사고파는 놀이를 하더니만 그걸 포커할 때 코인으로 사용해서 베팅을 한다. 요즘은 병따개 모으기 경쟁이 붙었다. 남매에게 따개를 빌려서 하다가 부부도 따로 따개를 챙긴다. 급기야 남편은 모임에서 먹은 거라며 한 움큼의 따개를 챙겨와서 남매의 환심을 산다. 십 대 아들의 태블릿 관심이 그렇게라도 돌려지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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