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집 창문은 두 가지 버전으로 열 수 있다. 위로만 조금 열 수도 있고 문을 안으로 들여서 아예 활짝 열 수 있다. 남매가 연이어 샤워한 저녁에 환기를 시키려고 화장실 창문을 활짝 열었다가 깜짝 놀라 멈칫했다. 창가에 갈색과 까만색 새가 떡하니 앉아 있는데 새는 안 놀래고 나만 놀랐다. 안으로 날아들까 겁나서 문을 다시 닫으려고 보니 까만색 새의 꼬리가 문에 닿아있다. 창문을 꽉 조여서 닫으면 털이 끼일 것 같아서 꼭 잠그지는 못하고 슬그머니 밀어두고 혹시라도 바람에 열릴까 봐 덩치 큰 보디로션으로 막아두었다. 밖으로 나가 확인을 해보니 날아갈 생각을 않는다.
창문에 둔탁하게 뭔가가 부딪히는 소리가 나면 역시나 그 두 마리의 새다. 창가 여기저기로 날아와 천연덕스럽게 앉아있다. 아래 사진은 거실 쪽 창문에 나란히 앉아 있어서 찍은 사진이다. 우리 집이 아무래도 마음에 드는 모양이다. 계속 이 언저리를 맴돈다. 그것도 둘이 꼭 붙어서. 잠도 같이 자고 날아다닐 때도 둘이 꼭 같이 다닌다. 사이 좋은 새 두 마리를 연이틀 계속 보니 그저 신기하다. 어젯밤 9시쯤에 화장실 창문 쪽을 확인하니 역시나 녀석들이다. 아예 세를 낸 모양이다. 아침에 혹시라도 알이라도 있을까 싶어서 화장실 창문을 활짝 열어 확인해보니 이런! 새 똥이 창밖 라인 따라 아주 한가득이다. 남편말대로 집세라도 받아야 할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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