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7시 반쯤 출근하는 JH(남편) 은 성당을 지나는 데 무덤을 잠시 둘러보면 경건한 마음이 든단다. 그 시간에 촛불이 켜진 곳도 있어서 이른 시간에 누가 와서 불을 켜놓은 걸까. 궁금해했다. 나도 동네 교회 주변에 있는 묘지를 보고는 싱싱한 꽃이 놓여있고 깨끗하게 관리된 것을 보고 놀랐었는데. 꽃밭처럼 예쁘게 꾸며진 묘지는 전혀 무섭지 않다. 죽음과 삶이 그리 멀리 있지 않다고 말해주는 것도 같고. JH는 내게 전화해서 말한다. 함께 할 수 있는 시간에 싸우지 말고 사이좋게 행복하게 잘 지내자고.
주중엔 뮌스터에서 혼자서 끼니 챙겨 먹는 남편이 안쓰러워서 주말엔 더 열심히 밥을 했다. 래디쉬로 열무김치도 담그고 양파 장아찌도 만들고 소고기(굴라쉬) 넣고 푹 끊인 미역국뿐 아니라 기침하는 남편을 위해 생강차까지. 손님 대하듯 지극 정성으로 위하고 사이좋게 지내는 걸 보더니만 딸이 그런다. "엄마, 언제 아빠랑 결혼했는데 아직도 그렇게 아빠를 좋아해?"라고. 2003년에 결혼했다니까. 16년 됐네. 하면서. 그렇게 오래 살았는데도 엄마, 아빠가 여전히 좋아하는 게 신기하단다. 딸아, 엄마가 그 놀라운 일을 해낸다. 사실은 일주일 만에 만나니까 반가워서 잘해주는 거야. 라는 말은 미처 못했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