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에 쓴 http://betterthanbefore.tistory.com/301 <생존 수영 4단계>를 보고 <SBS 모닝와이드> 조연출이 블로그 댓글로 연락이 왔다. PD와 통화 후 담당 작가와 전화 인터뷰 (7월 23일 방송)를 진행했다. 블로그 유입 키워드 중 최근 생존 수영이 많았다. 생존 수영이라는 말이 정확한가 싶어서 찾아보니 Rettungsschwimmen이다. Rettung은 구조 구명 보호라는 뜻이다. 생존 수영이라는 명칭이 어느 정도 연관이 있다. 그렇다면 독일에서 배우는 수영이 물에 빠졌을 때 위험에 대처 능력과 얼마나 관련이 있을지 궁금하다.
솔직히 나도 생존 수영에 대해 잘 몰랐다. 독일에 와서야 이런 게 있다는 걸 알았으니까. 게다가 난 수영을 못한다. 젊은 적에 수영을 배워야겠다고 생각한 건 허영심이었다. 물살을 가르며 멋진 영법으로 헤엄치는 사람을 보면 감탄이 절로 나왔으니까. 나 혼자 살 때는 수영을 스포츠로서만 여겼다면 아이들은 수영을 배웠으면 싶었다. 이 또한 내 희망 사항일 뿐 아이의 수영도 부모가 억지로 시킬 수 없었다. 한국에서 고작 3개월 수영을 배운 게 전부다.
4학년 졸업 여행을 섬으로 갈 때와 김나지움 등록시 수영증명서를 요구하지 않았다면 자발적으로 수영을 배우기는 힘들었을 듯하다. 왜냐하면 운동을 그렇게 좋아하지 않기에 시간을 내서 수영을 등록하고 배우는 게 쉽지 않다. 결국 상급학교 진학시 서류 작성에서 수영을 할 수 있나요? 라는 질문에 '예' '아니오' 체크를 해야했는데 애매했다. 아이가 수영을 하긴 하는데 이걸 어디에 체크해야할지 난감했다. 이럴 때 수영 단계에 따른 증명서가 있으면 편리하긴 하다. 결국 '예'에 체크를 하고 입학식날 수영증명서는 제출하겠다고 했다. 한달 등록해서 이틀만에 브론즈(2단계)를 이수했다. 그 동안 아빠랑 수영장에 다니면서 조금씩 수영을 한 게 큰 도움이 된 듯하다.
독일에서 배우는 수영엔 영법이나 호흡법은 없다. 아이가 수영 수업 이틀 만에 브론즈를 따서 좀 쉽게 생각했는데 브론즈 단계를 보면 그렇게 만만하진 않다. 참고로 한국에서 수영을 일 년간 배운 남편은 평형(얼굴을 물 위로 내밀고 게구리 수영)으로 200m를 가지 못한다. 수영을 배울 때 머리를 물 안으로 집어 넣고 호흡하고 팔을 저어 가는 걸 배웠기에 물 위에 얼굴을 내밀고 오래 버티지 못한단다. 아이가 배운 생존 수영은 말 그대로 물에서 얼마나 오래 버틸 수 있는 가와 관련이 있었다. 폼은 웃긴다.
니더작센주에선 2학년 체육 수업에서 수영을 배운다. 곧 2학년이 되는 딸도 신청서를 제출했다. 그 신청서엔 아이의 수영 여부를 체크하고. 최소 1단계(해마)는 모든 아이들이 할 수 있도록 한다는 내용이다. 학교 수업만으로 브론즈까진 힘들 것 같다. 2, 3 단계는 개인적으로 수영을 따로 배워야 가능하다. 부모가 수영이 가능하면 수영장에서 함께 시간을 보내며 물과 친해지는 것부터 시작하면 좋다. 독일인도 브론즈가 대부분이고 4단계인 골드까지 이수한 사람은 흔하지 않다. 수영의 중요성은 알지만 자발적으로 배우기 어려울 땐 독일처럼 시스템에서 증명서를 요구하는 방법도 꽤 유용하다. 수영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어쩔 수 없이 물에 대한 두려움을 없애기 적당한 어린 나이에 스스로를 구할 최소한의 능력을 갖추게 하니까.
[덧붙임] 모닝와이드 작가님과 유쾌한 통화로 즐거웠어요. 제 글을 발견하신 조연출님 덕분에 방송 출현이라는 신기한 경험도 했네요. 한국에서 방송 보고 너무 반가웠다며 동영상까지 찍어서 연락 준 나의 영원한 P에게도 감사를!
'낯선곳보통날' 카테고리의 다른 글
호스트 패밀리(host family) (0) | 2018.08.19 |
---|---|
이런 뻘짓은 처음이라서요 (0) | 2018.08.14 |
고마운 선생님 (0) | 2018.07.21 |
당신 딸에게 따뜻한 신발이 필요할 것 같아요. (0) | 2018.07.14 |
상상하지 못한 일이 일어나기도 (0) | 2018.07.1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