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낯선곳보통날

호스트 패밀리(host family)

남편이 졸업한 대학엔 호스트 패밀리 제도가 있어요. 영어로 수업이 진행되는 국제 학교다 보니 미국식이 많이 개입된 것 같아요. 졸업식 때 학사모를 하늘로 높이 던지며 단체 사진을 찍는 것도 그렇고요. 호스트 패밀리제도도 미국 유학 생활에서 유학생이 홈스테이 형식으로 어느 가정에 머물면서 서로의 문화를 교류하고 유학생이 그 나라에 잘 적응하도록 도움을 받는 시스템으로 알고 있거든요.

운이 좋으면 마음에 드는 친구도 만날 수도 있으니 괜찮은 것 같아요. 원하는 사람은 신청할 수 있는데 같은 동네에 사는 누군가가 우리의 호스트 패밀리가 되고 싶다고 연락이 왔어요. 호스트 패밀리와 우리가 개인적으로 연락를 주고 받으며 교류하면 돼요. 여직껏 좋은 친구가 되어준 클라우디아가 실은 호스트 패밀리로 만났어요.

첫 만남은 호스트 패밀리가 우리 가족을 집으로 초대해주었요. 장성한 아이 둘은 모두 집을 떠나 공부하고 있었고 두 부부만 있었어요. 아시아에 관심이 많은 부부는 5년 전에 중국인 학생의 호스트 패밀리도 한 적이 있고요. 23년 전 신혼 때 일본에서 2년간 산 경험도 있고요. 호스트 패밀리를 하게되면 자연스럽게 영어도 하고 자녀에겐 새로운 경험을 하게 되니 좋아요. 대학생인 둘째 아이가 교환학생으로 한국에 갈 적엔 그 친구의 호스트 패밀리로 셋째 언니를 소개시켜주었고요. 클라우디아 부부가 한국 여행을 갔을 적엔 언니집에 초대되어 한국 가정을 경험했어요. 

서로의 집에  초대해서 종종 식사를 하거나 차를 마시며 친해지면서 저절로 문화도 알게 되는 것 같아요. 클라우디아와는 개인적으로 종종 만나요. 독일에 적응하는 데 겪는 이런 저런 어려움에 공감하고 구체적인 도움을 주기도 하고요. 독일어 때문에 힘들어할 때 유치원에서 진행하는 독일어 수업도 알아봐주었고, 이번에 VSH에 등록한 후 일찍 하교하는 아이 때문에 걱정하니 종일반(신청 시기를 놓쳐서 난감했는데 방법을 알아봐주었어요)뿐 아니라 아이가 수업 끝나고 점심만 먹고 오는 게 있는지 학교에서 일하는 친구 통해서 알아봐줬어요.

누군가는 눈에 띄게 드러나진 않지만 이런 제도가 독일인의 숨은 저력이 아닐까. 이야기하는 걸 들었는데 정말 그럴지도 모르겠어요. 남편의 졸업식에도 부부가 기꺼히 휴가를 내서 축하해주었고요. 호스트 패밀리의 역할이상의 관계를 맺는 느낌이에요. 외국인인 우리가 이곳에 정착해서 잘 살 수 있도록 진심으로 마음을 써주는 게 느껴져요. 도움이 필요하면 언제든지 연락을 달라는 그 한 마디가. 심적으로 큰 위안이 되어요.

'낯선곳보통날' 카테고리의 다른 글

수영 강습, Seepferdchen  (0) 2018.09.30
파트너 킨트(바람직한 선, 후배 사이)  (0) 2018.09.16
이런 뻘짓은 처음이라서요  (0) 2018.08.14
독일 생존 수영(Rettungsschwimmen)  (0) 2018.07.23
고마운 선생님  (0) 2018.07.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