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사 세미나가 있어서 이번 주 금요일엔 5학년 큰아이가 학교를 쉬었어요. 다음 주 월요일엔 작은아이가 쉽니다. 기독교 절기(부활절, 추수 감사절, 크리스마스, 오순절 등)에 따라 방학을 하는 독일은 쉬는 날이 참 많아요. 공부는 언제하는지 의문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독일 교육이 좋다면 여유로운 학교 생활도 관련이 있다고 생각해요. 아무래도 학생과 선생 모두 스트레스가 별로 없어보여요.
어쨋든 큰 아이가 새로운 학교에 가서 처음으로 쉬는 날, 기특하게도 졸업한 학교에 찾아가기로 친구 몇몇과 약속을 잡았더라고요. 졸업식에 선생님이 아이에게 쓰신 편지엔 이렇게 써 있었어요. 새로운 학교에 가서 좋은 일이 많길 바란다. 가끔 학교에 들려 너의 학교 생활을 들려주면 나는 참 기쁠 것 같다고요, 4년동안 함께 한 제자를 졸업시킨 선생님은 다시 1학년을 맡으셨는데 찾아간 친구들을 만나 엄청 기뻐하셨대요. 방과 후가 아닌 방과 중에 가서 후배 공부를 도와주고 쉬는 시간에 함께 놀았다고 했어요. 졸업한 학교에 선배로서 찾아가서 후배를 돕는 분위기가 자연스러워 보이더라구요. 아이가 재학중일 때도 선배가 종종 찾아와 도왔다고 했거든요.
5학년 아이가 입학 후 받아 온 안내문 중에 부족한 과목이 있을 경우 7유로만 내면 선배로 부터 도움을 받는 게 있어요. 수업이 시작되기 전에 받아서 어떻게 할지 몰라서 이미 대학생이 된 자녀를 둔 친구에게 물어봤죠. 두, 세 학년 높은 선배가 후배를 도와주는 시스템이라고 해서 단박에 이해되었어요. 따로 사교육비가 들지 않으면서 선배는 약간의 용돈도 벌고 도움 받는 후배는 훨씬 긍정적인 자극을 받지 않을까요.
딸이 초등학교에 입학 때 4학년이 입학생의 파트너 킨트(도움 주는 아이)가 되었던 게 기억났어요. 입학 전에 4학년 선배는 자신이 맡은 입학생에게 편지도 보냈어요. 00가 학교에 오는 걸 환영한다. 뭐 별 내용은 아니었지만 선배로부터 편지를 받은 딸은 기뻐하며 학교 가는 것을 기대했어요. 유치원과 학교가 연계되어 미리 여러 번 학교에 가서 탐색하는 시간을 갖았고요. 입학식날은 4학년 선배들이 공연를 준비해서 축하하고 자신이 맡은 후배에겐 작은 선물도 준비해서 건넸어요. 1학년 학교 생활이 시작되고도 꽤 오랫동안 쉬는 시간엔 아이와 놀아주면서 친밀감을 쌓아가며 후배를 돌봤어요. 마니또처럼 특별히 더 챙겨주고 잘해주는 거지요. 선배는 선배대로 돌봄을 받는 아이는 아이대로 내 파트너 킨트는 누구라며 자랑스러운 마음을 갖고요. 입학생 입장에서는 낯선 환경에서 든든한 선배가 있어서 학교 생활이 훨씬 즐거울 듯해요.
아이뿐 아니라 선배 부모도 할 일이 있는데 바로 입학식날 차와 쿠키를 준비하는 일이었어요. 2학년이 된 아이 부모는 반에 각자 과자를 한 봉지씩 내서 입학식에 오는 부모의 다과 테이블을 준비했어요. 시간이 되는 부모는 당일날 직접 가서 커피를 내리고 각 교실에 쿠키를 셋팅해주었죠. 알고보니 우리가 작년 입학식날 먹은 쿠키와 커피는 2학년 부모가 준비한 거였더라고요. 받았으니 기꺼히 봉사해야겠다는 마음이 들어서 입학식날 가서 즐거운 마음으로 도왔어요. 선배 엄마로서 자긍심을 갖고 말이죠. 게잠트 슐러에서 선배가 후배의 부족한 과목을 도와주는 시스템도 이와 비슷한 느낌을 갖을 것 같아요.
(입학식 날 손님 치루는데 머그잔을 사용하는 것도 인상적이었고요. 물론 식기 세척기를 사용했지만요)
'낯선곳보통날' 카테고리의 다른 글
아빠, 취업할 자신은 있는 거죠? (학과, 경험과 능력 중시) (0) | 2018.10.05 |
---|---|
수영 강습, Seepferdchen (0) | 2018.09.30 |
호스트 패밀리(host family) (0) | 2018.08.19 |
이런 뻘짓은 처음이라서요 (0) | 2018.08.14 |
독일 생존 수영(Rettungsschwimmen) (0) | 2018.07.2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