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의 7살 생일을 무사히 치뤘다. 이번 주 금요일엔 친한 친구와 자는 것까지 하려면 아직 다 끝난 건 아니지만. 아이가 생일에 가장 하고 싶은 일은 줄리나와 집에서 하룻밤 자고 싶다고 해서 미리 약속을 잡아두었다.
한국 나이론 8살인데 독일에선 생일이 지나기 전까지 6살이라고 말하니 이상했다. 처음엔 한국 나이와 독일 나이가 달라서 엄청 헷갈렸다. 같은 해에 태어났음에도 불구하고 모두 나이를 물으면 제각각으로 대답을 해서 왜 그런가 했더니만 독일은 무조건 생일을 기점으로 나이를 더했다. 예를 들면 딸의 생일인 9월 10일부터 일곱 살이라고 말한다. 그 전까지는 6살이었다. 한국에선 태어나면 무조건 한 살이 되고 돌잔치를 할 때 나이는 두 살이고 대신 만 나이가 있다. 독일에선 태어나서 첫 생일이 한 살이니 한국에서 만 나이와 비슷한 셈이다.
생일 맞은 아이는 반에 머핀이나 초코 케이크를 가져가서 나눠 먹는다. 그동안은 베이킹에 자신도 없거니와 초콜릿이나 하리보 같은 작은 주전부리를 보냈는데 처음으로 브라우니(총 36조각을 구워서 넉넉하게 26조각)를 구워서 학교에 보냈다. 달달한 초코면 무조건 좋아하는 것 같다. 인기가 꽤 좋았다는 걸 보면. 남편은 함부르크에서 설탕이 들어가지 않은 하리보와 옆면은 마쉬멜로로 장식된 케이크를 사와서 딸에게 기쁨을 안겼다. 나는 원피스에 레깅스를 준비했고 오빠는 동생 몰래 숨어서 페이퍼 빌드로 분홍 공주를 만들었다. 온 식구가 정성으로 선물을 준비하니 주는 이나 받는 이 모두에게 즐거웠다. 학교에선 행운의 돌을 선물로 주었는데 어두운 곳에서 형광색을 띄는 돌을 잘 때마다 꼭 쥐고 잘만큼 좋아한다.
이제부턴 생일이라도 특별한 날로 보내야겠다. 잘 생각해보니 생일만큼 중요한 날도 없을지도 모르는데 그동안 너무 무성의하게 보낸나보다. 남편이나 나나 이벤트 같은 건 허투루 생각하고 물질보단 마음이 중요하고 특별한 날보단 평상시에 잘하고 사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해서 딸랑 케이크 하나 사서 축하하고 말았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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