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이 우중충한 날은 언니네 집에 가서 밥 먹고 오면 딱인데 그러질 못해서 참 아쉽다. 남편에게 장모님이 안 계시지만 네 명의 처형으로부터 장모님 이상으로 사랑을 듬뿍 받았다. 막내라서 특별히 더 챙김을 받은 것도 있고. 남편이 나한테 잘한다고 생각하니 언니들은 은근히 고마워하며 예뻐한다. 물론 처형들에게 잘하는 남편 때문이겠지만. 그런 처형이 없는 곳에서 산다. 쓸쓸함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그땐 언니네서 밥 먹는 일이 그렇게 대단한 일인 줄 미처 몰랐다. 한국을 떠나기 마지막 5년 간은 셋째 언니네 바로 옆 아파트에 살아서 맛있는 거 있다면 언제든 달려가서 먹었다. 집에 올 땐 바리바리 싸오고. 둘째 언니도 며칠 전에 전화해서 그런다. 먹을 게 천지인데 먹을 사람이 없다고. 우리라도 있으면 좀 싸다 줄 텐데 안타깝다고. 제부가 좋아하는 생선이 냉동실에 그득하다고.
인도에 사는 지인은 올해 인도에 집을 지었다. 정원이 있는 전원주택에 사는 소망이 있었는데 마침 인도에서 꿈을 이룬 셈이다. 그런데 언니가 그런다. 유진아, 집을 지었는데 그곳이 인도다. 바로 무슨 말인지 감 잡은 나는 폭풍 공감을 하며 웃었다. 히필이면 안락하고 예쁜 집을 지었는데 한국 지인은 방문하기 힘든 그 먼 인도라니! 아쉬운 마음이 전해졌다. 나도 그렇다. 미세 먼지 없고 교육 의료 복지 뭐 하나 부족한 것 없는 곳에 살지만 가족 친지 못 보는 곳이다.
어디 살아도 외롭긴 마찬가지라지만, 어쩐지 더 고립되고 외로운 느낌은 해가 안 보이는 우중충한 11월이라서 그런가. 그렇다고 언니네서 밥 (얻어) 먹자고 한국에 갈 수도 없는 노릇이고. 만나고 싶은 사람이 없는 곳에 산다는 건 이런거구나. 다 가질 수 없는 거구나. 어디에 사나 백 프로 만족스러울 수 없구나. 헛헛한 마음을 색색의 초밥과 얼큰한 수제비로 달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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