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딸과 함께 읽는 책은 유은실 작가의 <나의 린드그렌 선생님>이다. <내 이름은 삐삐롱 스타킹>을 읽다가 자동으로 떠오른 책이다. 삐삐롱 스타킹을 읽을 땐 마침 학교에서 선생님도 같은 책을 읽어주셔서 무진장 반가웠단다. 도시락 먹는 시간에 선생님이 책을 조금씩 읽어주시는 데 같은 책을 동시에 읽었던 거다. 11월엔 학교 행사가 많은 달이다. 크리스마스 과자도 굽고 학교 크리스마스 장식도 한다. 이맘때는 단체로 연극 관람도 하는데 올해는 삐삐롱 스타킹(Pippi Langstrumpf)이다.
유은실 작가가 쓴 <나의 린드그렌 선생님>은 아스트리드 린드그렌을 좋아하는 비읍이가 주인공이다. 아마도 작가의 이야기가 아닐까 싶다. 비읍이는 린드그렌을 너무나 좋아해서 작가가 쓴 책을 모아가는 즐거움을 만끽한다. 책의 차례도 린드그렌 책의 제목이다. 비읍이는 언젠가 스웨덴에 가서 린드그렌을 만나려고 돈도 모은다. 마음이 힘들 땐 선생님께 편지도 쓰는데 이런 대목이 눈에 들어왔다. "우리나라는 겨울에도 해가 꼬박꼬박 뜬답니다. 재미는 없지만 그렇게 끔찍하진 않아요" "하루 종일 해가 뜨지 않는 날, 선생님과 크리스마스를 보내면 얼마나 좋을까요!"
비읍이는 하루 종일 해가 뜨지 않는 게 얼마나 끔찍한 지 분명 모를거다. 스웨덴은 독일보다 낮이 더 짧은 곳이다. 해가 뜨지 않는 곳에서 세 번째 겨울을 보내는 중인데 좋지 않다. 환경이 인간에게 미치는 영향은 고작 10 % 정도라면 그중에서도 기후가 미치는 영향은 더 적을 게다. 게다가 인간은 바뀐 환경에 금방 적응한다는데 독일의 11월은 아니다. 하긴 독일인도 해가 뜨지 않는 겨울을 그저 받아들이는 거겠지, 좋아하긴 어려울 듯 하다. 해가 꼬박꼬박 뜨는 곳에 살 적엔 몰랐던 우울감이 있다. 미처 경험해보지 못했을 적엔 전혀 알 수 없었을 그런 감정들 말이다. 고향으로 돌아가고 싶은 마음이 가장 강하게 드는 때이기도 하다. 영혼이 점점 시들어가는 느낌이 들 만큼.
'책그리고영화' 카테고리의 다른 글
[영화] 가족이 함께 보면 더 뭉클한, 코코 (0) | 2019.01.02 |
---|---|
10가지 긍정 정서 개념, 바바라 프레드릭슨 (0) | 2018.12.02 |
<아주 긴 변병> 나시카와 미와 (0) | 2018.11.05 |
딸에 대하여 (0) | 2018.10.31 |
이상한 정상 가족 (0) | 2018.10.1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