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월 29일에 한국에서 선박으로 보낸 택배가 드디어 도착했다. 근 두 달 반 만이다. 우체국에서 보낼 때 빠르면 한 달이지만 최대 세 달까지 걸릴 수 있다더니 날짜를 꽉꽉 채워서 왔다. 솔직히 때 되면 오겠지 싶어 잊고 있었다. 오누이는 도대체 언제 택배가 오냐면서 오매불망 기다렸지만. 그전에 일단 Zollamt에서 편지를 받았다. EU에서 생산되지 않는 물품이 확인되었다면서 일정 수수료를 내고 찾아가라는! 14일 안에 찾아가지 않으면 다시 돌려보내겠노라는 무시무시한 협박까지. 이번엔 아이들 책이 대부분이라 오래 걸리더라도 항공보다 저렴한 배편을 택했다. 한 박스 당 최대 20킬로그램까지 보낼 수 있는데 이번엔 18kg으로 요금은 74000원이다. 5킬로그램을 항공으로 보낼 때 비용과 맞먹는다.
다행히 직접 찾으러 간 Zollamt에서 확인해보니 언니가 얘들 책 위에 내 생일 선물로 속옷을 보냈는데 새 제품이고 라벨이 그대로 붙어있어서 걸렸다. 혹시 판매할까 봐 그런가. 속옷이 위아래 무려 다섯 세트라 더더욱 의심 산 모양이다. 선물이라니까 통과됐다. 게다가 우거지랑 무말랭이는 독일에선 보기 힘든 것들이니, 말린 무와 줄기를 설명하느라 남편이 엄청 애먹었다. 몇 달씩 모아서 받는 과학동아랑 위즈키즈뿐 아니라 큰 맘먹고 주문한 얘들 책이 부활절 방학 맞춤 도착이다. 이모한테 마이쭈가 먹고 싶다고 노래를 하더니만 책 사이사이에 넣어둔 마이쭈와 새콤달콤 먹으면서 책 읽으니 천국이 따로 없다. 이모와 언니의 손 편지로 고스란히 전해지는 그리움까지 같이 왔다.
'웃음꽃유진 > life in Schwanewede' 카테고리의 다른 글
찰랑찰랑 흘러넘치는 모국어 (0) | 2019.07.09 |
---|---|
흰 장미와 홀룬더블루텐젤리(Holunderblütengelee) (0) | 2019.06.20 |
누군가에겐 슬픈 봄 (0) | 2019.03.24 |
도시락 높이만큼 쌓이는 자괴감 (0) | 2019.03.24 |
행복한 순간은 대단한 날은 아니고 (0) | 2019.03.2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