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어 더빙보다는 원작대로 영어가 그래도 나을 것 같아서 부러 브레멘 큰 극장으로 갔는데 글쎄, 영어는 저녁 7시 한 타임만 있단다. 나머지는 모두 독일어 더빙이라는 소리. 할 수 없이 첫 상영 시간인 오후 두 시 영화를 관람했다. 주인공과 배경은 실사인데 애니메이션 원작과 완벽하게 똑같다는 게 놀랍다면 놀라운 점이다. 약간의 아쉬움이라면 실제 동물의 표정이 원작만큼 변하지 못해서 눈빛에서 어떻게든 상황에 맞는 감정을 찾으려고 애쓴 점이다. 개인적으론 애니메이션이 더 좋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라이온 킹의 오리지널 사운드는 언제 들어도 압권이다. 네, 다섯 살 때 라이온 킹을 수백 번 보면서 좋아했던 지금 열두 살이 된 아들은 첫 장면 동물들이 무파사 앞으로 모일 때 나오는 '서클 오브 라이프'를 들을 때 온몸에 전율이 일었단다. 물론 나도 그랬다. 자꾸 리메이크된다는 것은 그만큼 명작이기 때문이 아닐까.
난 무파사와 심바의 용기 부분이 특히나 눈에 들어왔다. <플라톤의 초기 대화편>에서 라케스 용기를 공부한 직후라 더 그랬을 거다. 심바를 잃을까 봐 두려웠다는 동물의 왕 무파사와 어린 심바가 밤하늘의 별을 보며 이야기하는 장면이 그중 하나다. 두렵지만 두려움에도 불구하고 자기 목숨을 잃을 각오를 하고 어린 심바를 지켜내는 무파사의 모습이 바로 용기였다. 자신으로 인해 아빠가 죽었다는 죄책감으로 고향에 돌아가지 못하고 하쿠나 마타타를 외치며 지상낙원 같이 보이는 곳에서 행복한 시간을 보내는 심바의 마음도 이해가 된다. 비전과 안락 사이에서 때로는 누구나 비전을 잊을 수 있으니까. 친구 날아와 샤먼의 권유로 다시 자신의 고향으로 돌아가 지켜야 할 가족이 있다는 것과 자신이 왕이라는 깨닫고 모래사장을 힘차게 달려 나가는 모습도 용기다. 아빠인 무파사만큼 강하지 않고 비난받을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을 무릅쓰고 맞선다. 심바가 용기를 발휘한다. 지혜로웠는가? 두려움을 넘었는가? 행동했는가? 이 세 가지의 질문에 딱 맞아떨어지는 장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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