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간에 대한 책으로 내게 필요한 책을 발견했다. 작년에 읽은 <공간이 사람을 움직인다>는 인문학적 내용이 대부분이라면 이 책은 실용적이다. 내가 대부분의 시간을 보내는 공간을 좋아하는 곳으로 바꿀 팁을 얻었다. 책을 반쯤 읽은 후 책장 하나를 치웠다. 한국에서 배로 어렵게 가져온 것이라 감히 치울 생각을 못했다. 대부분이 그렇다. 이 물건이 여기에 놓이기까지 돈 들고 시간 들었는데 어떻게 버리나 책도 마찬가지인 듯하다. 올해부턴 과감하게 버리기로 결심은 일단 했다. 3단 높이의 책꽂이는 뾰족한 지붕의 독일 집에 어울리지 않는다. 방 거실 다 살펴봐도 가로로 네 칸에 높이 세 칸 정도의 가구가 들어갈 남은 벽면이 없다. 이미 가구가 갖춰진 집이라서 더. 할 수 없이 부엌 식탁 뒷면에 놓았는데 그동안 식탁에 앉을 때마다 눈길을 피하고 싶을만큼 답답다. 그러면서도 변화 줄 생각을 못했다는 게 더 충격이다. 저자의 말대로 내가 있는 곳의 장점은 최대한 살리고 조금만 애정을 갖고 생각하면 만족도를 높일 수 있는데 말이다.
이 책은 공간에 대해서도 나다운 것이 무엇인가 생각하게 한다. 공간에 대한 내 취향은 뭐였더라? 아늑하고 분위기 있는 카페가 끌리고 깔끔하게 정리된 호텔방에 들어서면 기분 좋은 이유가. 내게 중요한 곳은 어디더라. 당장 손 쓸 부분은 부엌 식탁이다. 내가 대부분의 시간을 보내는 곳. 오른쪽 창가의 레이스 커튼은 밖에선 내가 보이지 않으면서 안에선 적당히 잘 보이고 햇살이 잘 스민다. 커피 한 잔 내려서 글쓰기에 안성맞춤인 자리다. 당장 답답했던 책꽂이를 치우니 분위기가 확 달라졌다. 그 많은 책을 다 복도로 빼내고 책꽂이는 창고로 내렸다. 식탁을 벽으로 바짝 붙이니 부엌이 넓어졌다. 유리 식탁의 차가운 느낌이 싫지만 당분간은 비움으로 만족이다.
최고요의 <좋아하는 곳에서 살고 있나요?> 중에서 발췌
"집은 일상이고 배경화면이어서 이왕이면 나의 몸과 마음이 편안하고 즐거울 수 있는 곳이었으면 했다"
"확실한 것은 집이 지금보다 조금 더 예뻐지고 쾌적해지면, 나의 하루도 그만큼 더 행복해진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이곳이 아닌 곳'에서 '언젠가' 행복하게 살겠지, 라는 생각보다 지금 내가 사는 집에서 행복할 방법을 찾아보는 건 어떨까요? 꿈에 그리던 그 집, 지금 사는 집에서 최대한 비슷하게 이뤄보는 거예요"
"이 집은 좋다, 라는 느낌이 드는 공간에는 집주인과 닮은 무언가가 녹아 있었던 것 같아요"
"좋은 사람이 되고 싶다는 마음을 담아 집을 가꿉니다. 나를 닮은 우리 집이 진정성 있고 따뜻한 공간이면 좋겠다는 마음으로요"
"사랑하는 공간을 가졌을 때의 삶이 그렇지 않을 때보다 좀 더 풍성해지는 기분이 들어서 그렇습니다"
"친구들이 집을 바꾸고 싶다고 상당해오면 제일 먼저 "정성껏 청소하고 쓸데없는 물건부터 버려"라고 말해줘요"
"중요한 것은 작은 시도를 통해 작은 변화를 맛보는 것이고, 그것이 우리의 생활을, 하루하루를 얼마나 더 즐겁게 해 주는지 깨닫는 일이랍니다"
"집의 최선의 모습이란 지금 내가 있는 공간의 가장 멋진 모습, 깨끗하게 정리정돈된 모습을 말합니다"
"언제나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비움' 공간을 구성하며 집중해야 하는 것은 물건보다는 전체의 분위기다"
"정리하는 것의 포인트는 '내가 좋아하는 물건들을 남기는 것'입니다. 아무 느낌도 없거나 부정적인 감정이 드는 물건들을 삶에서 떠나보내는 일입니다"
"좋아하는 물건만 두기에도 부족한 나의 공간'이라는 말이 '사랑만 하고 살기에도 부족한 인생'이라는 말과 닮게 쓰인다"
"취향은 발견하는 거예요. 관찰하고 발견해줘야만 하는 것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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