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은 버스나 트램을 탈 때 표 검사를 하지 않는다. 기차도 마찬가지고. 대신 불쑥 예고 없이 검표원이 들이닥쳐 랜덤으로 검사한다. 그때 티켓이 없어서 걸리면 벌금이 60유로다. 버스의 경우 표 살 사람만 앞으로 타서 사면 되니 뒷문을 주로 이용하니 혼잡은 피할 수 있다. 신기한 건 그래도 티켓이 없어서 걸리는 사람이 별로 없다는 거다. 도덕성을 자발적으로 장착하도록 하는 시스템이 더 바람직한 건지. 아니면 매번 검사를 해서 도덕성이 낮아질 틈이 없도록 관리하는 게 좋은 건지는 잘 모르겠다. 물론 이런 시스템을 악용하는 사람도 종종 있다. 검표원이 들이닥치는 걸 보고 정차했을 시 도망치는 사람도 봤다. 어느 날은 검표원이 일반인 복장으로 탔다가 차가 출발하고 검사를 시작하는 경우도 있었다.
처음엔 이런 시스템이 낯설어서 신기했고 그다음엔 혹시 누군가 걸릴까 봐 검표원이 검사하는 순간 긴장된다. 암행어사처럼 짠 나타나서 일일이 검사하는데 단 한 명도 표 없이 탄 사람이 없다는 것에 안도한다. 인간의 꽤 도덕적인 면을 발견한 것 같아서. 한편으론 이런 식으로 갑자기 한다는 건 한편으론 의심하는 거니까 불쾌한 구석도 있다. 이런저런 생각을 하면서 검표원이 검사하는 순간을 즐겼는데 글쎄 내가 딱 걸린 거다. 나에겐 안전한 미아 카드가 있으니 걱정이 없었다. 미아 카드로 말할 것 같으면 교통 카드인데 한 달에 일정액을 내면 버스, 트램, 기차(정해진 구간 안에서) 무제한으로 이용 가능하고 가족에게 양도도 된다. 주말엔 어른 두 명과 아이 두 명까지 커버하니 꽤 편리한 녀석이다. 매번 티켓을 사야 하는 불편함도 없고.
발마사지 수업하는 곳 미리 답사 가는 날이었다. 남편은 티켓을 따로 끊었고 난 당연히 미아 카드가 있으니 검표원이 오면 당당하게 보여주면 됐다. 그때 기차에서 화장실에 다녀오면서 여자 검표원이 저만치서 보이길래 나를 지나칠까 봐 뛰어와서 표를 찾는데 웬걸 카드 케이스만 있고 카드가 온데간데없다. 이런 낭패가! 가방 안을 샅샅이 뒤졌는데 끝내 보이질 않는다. 그때의 당황함이란. 이상하다 이상하다 하면서 잘 생각해보니 아들이 전날 쓰고 올려 둔 카드를 확인하지 않고 급하게 가방에 넣어온 게다. 그때부터 이미 빈 카드였던 걸 몰랐던 거다. 미아 카드가 우리가 사용하고 있는 건 확실하니 검표원도 이해해주었다. 2주 안에 카드 사진을 찍어서 메일로 보내주면 된다는 표를 발급해주었다. 신원조회는 다 적어서. 일단은 60유로 벌금을 내지 않아도 되어서 다행스러웠다. 검표원 앞에서 제대로 티켓을 챙기지 못해서 허둥지둥거린 모습은 창피하고.
월정액 미아 카드를 신청하면 최소 10개월은 사용해야 하고 월 60유로씩 내니 아주 저렴한 건 아니다. 매일 출퇴근하는 사람이 쓰기에 좋다. 그 외에 티켓 종류는 어른은 한 명당 2.8유로(EinzelTicket Erwachsener), 아이(6세 이후) 1.45 유로(Kinder EinzelTicket)다. 내가 오누이만 데리고 시내에 나갈 때는 TagesTicket를 산다. 어른 한 명당 아이 셋까지 커버하는 데 8.1유로, 하루 종일 왕복으로 트램, 버스, 기차 자유롭게 이용 가능한 티켓이다. 지금 이야기한 건 한 지역(브레멘) 내에서 사용하는 걸 말한다. 브레멘은 하나의 독립된 주라 니더작센으로 넘어가면 티켓 가격이 달라진다. 결론은 유럽에서 대중교통 타면서 티켓 검사하지 않는다고 방심하면 절대 안 된다는 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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