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웃음꽃유진/life in Schwanewede

다니 친구 가비

 

발마사지 첫날은 기차도 말썽 집에 두고 온 남매가 연락이 안 돼서 걱정했고 밤 열한 시에 귀가하느라 고생스러웠다. 그런데 두 번째 수업부터는 엄청 편하게 집에 왔다. 총 세 시간 수업 중에 한 시간 반은 이론을 듣고 나머지는 실습이다. 두 명이 짝을 지어 그날 배운 마사지를 교대로 해주는데 생각보다 시간이 걸린다. 두 번째 수업 때 내 파트너는 간호사인 가비였다. 발이 나보다 차갑고 척추 부분을 만져주었을 때 뭉침이 있었다. 가비를 먼저 해주고 다음에 내가 받았는데 엄청 꼼꼼하게 잘해주었다. 마지막 로션까지 부드럽게 발라주면서. 끝날 시간이 가까워오니 난 기차 시간 때문에 마음이 급했다.

 

서두르는 내 모습을 읽고는 선생도 그렇고 어디 사냐고 물어서 슈바니베데에 산다고 하니 가비가 안다면서 자기 집도 그리 멀지 않은 곳이니 차로 데려다줄 수 있단다. 첫 수업 때 그렇게 고생을 했는데 이렇게 운 좋은 날도 있다. 차로 오니 집에 삼십 분도 안 걸려 도착했다. 어찌나 편하고 고맙던지. 오는 길에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다가 글쎄, 슈바니베데에 친한 친구 Dani가 있다고 얘기를 하는데 그 친구가 바로 아들이랑 절친인 노아 엄마였다. 세상이 이렇게 좁다. 한 다리 건너니 아는 사람이라니! 그때부터 급속하게 더 친숙한 느낌이 들었다.

 

가비 덕분에 발마사지 셋째 날도 편하게 왔다. 굳이 집까지 바래다주지 않아도 된다는데 밤길 어둡다면서 집 앞에 딱 내려준다. 목소리 톤 높고 크게 웃는 가비는 유쾌함이 나보다 한 옥타브 위다. 알고 보니 생일도 하루 차이로 같은 달 같은 별자리인 물고기였다. 물고기자리는 겁이 좀 많긴 하지만 부드럽고 친절하고 마음이 따뜻하다면서 어쩌면 쉽게 만날 수 있는 공통분모에 흥분했다. 피시 가비라고 불러주면서. 다음 주엔 작은 선물이라도 준비해야겠다. 수업에서 만난 사람들이 모두 친절하고 좋다고 선생님도 인정하신 모양이다. 수업 시간에 못 알아듣는 건 오는 차 안에서 가비에게 물어보니 그것도 좋다. 이젠 겨우 두 번의 수업밖에 남지 않았다. 

'웃음꽃유진 > life in Schwanewede' 카테고리의 다른 글

술병이 웬 말  (0) 2019.11.11
유럽의 겨울, 잘 보내는 법  (0) 2019.11.08
예고 없이 들이 닥치는 검표원  (0) 2019.09.18
평화로운 날들  (0) 2019.08.01
찰랑찰랑 흘러넘치는 모국어  (0) 2019.07.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