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레멘 중앙역에서 매번 나가던 출구 반대쪽으로 나가니 엄청 큰 공원(부거 파크)이 있었다. 아직까지 한 번도 그쪽으로 나가볼 생각을 못했다는 게 아쉬울 만큼 근사하다. 덕분에 발마사지 가는 길 풍광은 좋다. 공원 옆으로 작은 개울도 있어서 상쾌한 공기 마시며 걷기에 딱이다. 그렇지 않다면 20분 넘게 걷기가 힘들었겠다. 자전거를 타거나 조깅하거나 산책하는 사람들이 뿜어내는 건강한 기운도 느껴졌다. 저녁은 독일어 수업 들으러 다닐 때 자주 가던 바크 슈 튜브에서 판 블록 빵 하나를 사서 때운다. 커피 한 잔도 간절하지만 저녁에 먹으면 숙면을 못 취하니 갈등하다가 둘째 날은 건너뛰었다. 저녁 수업을 좀 더 멀쩡한 정신으로 듣기 위해 고민하다 첫날 산 한 잔의 커피가 너무 맛없다는 걸 기어코 기억해서 아쉬움을 달랬다.
나 외에 모두 독일어를 모국어로 사용하는 여섯 명의 여성과 함께 수업을 듣는다. 그중 몇 명은 간호사고 나머지는 못 알아 들었다. 연령대는 나보다 나이 드신 분 세 분 그리고 나머진 20, 30 대로 어려 보인다. 선생은 전형적인 독일인인데 그녀가 말을 할 때마다 입에서 떨어지는 말이 버석거리는 낙엽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물 한 모금 축이더라도 크게 달라질 것 같지 않은. 갈라진 논바닥처럼 입이 바짝 마른 사람인데 말을 할수록 더 말라간다. 그래서 더 알아듣기 어려운 발음이다. 불분명하게 들리는 발음이지만 꽤 열심히 자신에 차서 설명한다는 건 알겠다. 물론 알아듣는 척하면서 초 집중을 했고. 나눠주는 유인물에 신체 부위를 설명하는 사진이 있으니 그나마 어떻게든 따라간다. 무슨 의대 수업인 줄.
하루 총 세 시간 수업 중에 반은 이론을 배우고 반은 실습이다. 선생이 수강생 중 한 명에게 직접 마사지를 하는 시범을 잘 보고 파트너와 교대로 직접 해본다. 첫날은 머리 부분에 해당하는 발가락 마사지를 배웠고 두 번째 날은 척추에 해당하는 발 안쪽 부분을 배웠다. 목에서부터 골반까지가 그대로 발에도 있었다. 마사지에서 엄지 손가락의 역할이 꽤 중요한데 애벌레가 꿈틀꿈틀 부드럽게 기어가도록 엄지를 움직이는 게 쉽지 않았다. 반대로 내가 마사지를 받을 땐 너무 좋아서 잠이 올 뻔했다. 마사지를 해주는 사람의 손이 엄청 부드러웠다. 내 손도 저토록 부드러우려나. 발가락 모양뿐 아니라 발 형태가 사람마다 모두 다르니 다양한 발을 많이 경험하는 게 중요하단다. 발이 어쩌면 그 사람이 살아온 내력을 보여줄지도 모르겠다.
또 하나 놀라운 사실은 내 등이 많이 아파서 계속 관리를 스스로 했는데 그 부분이 아주 건강하다는 걸 발 마사지를 하면서 알게 된 거다. 등이 굽어서 매일 아팠다. 그동안 김나스틱뿐 아니라 요가를 통해 척추를 곧게 세우는 걸 꾸준히 했는데 그게 효과가 있다는 걸 확인한 시간이었다. 그걸 어떻게 확실하게 알았냐면 내가 마사지를 해 준 분은 등이 아픈데 역시나 발에서 그 부분이 딱딱하게 뭉쳤다. 진짜 신기하게도. 다른 사람에게 내 발의 민낯을 보일 생각에 수업을 듣기 전에서야 발에 크림도 발라주고 보살폈는데 마사지를 배우면서 발을 소중함을 깨닫고 실제로 예뻐해 주는 중이다. 가장 중요한 신체 부위일 수 있는데 가장 홀대했다. 무엇보다 내가 독일에서 발마사지를 배울 줄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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