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웃음꽃유진/MeStory

발마사지 연습

 

발마사지 수업은 끝났다. 수료증도 받았다. 1시간 발마사지에 45유로(한화로 6만원)를 받을 수 있단다. 그동안 배운 과정 전체를 해보니 비쌀만하다. 하지만 누가 나한테 저렇게 비싼 돈을 주고 발마사지를 받겠나. Armt에 발마사지로 미니 잡을 할 수 있는지 알아보라는 가비의 조언대로 알아는 봐야겠다.한 번 풀로 하고 나면 기 빨리는 느낌이다.  각 부위별 순서를 외워야 하니 보통 집중력이 요하는 게 아니다. 생각보다 에너지가 많이 소요된다. 일단은 손 쓰는 일이라 마음에 든다. 내가 손 힘은 꽤 세다. 물론 마사지가 힘으로 하는 건 아니지만. 부드럽게 하는 게 중요한데 난 좀 센 걸 선호하는 편이라 사람마다 다를 것 같다. 발마사지에도 적당한 강약이 필요하다.  

 

내가 앉은자리에서 누워있는 사람의 오른쪽 발에 해당하는 발부터 맨 처음은 머리에 해당하는 발가락부터 시작이다. 애벌레가 기어가듯 엄지를 이용해 엄지발가락 하나하나 마사지한다. 발가락 바닥 그리고 윗부분 발가락 사이사이까지. 남편에겐 매번 해줄까? 만 한 만 번쯤 묻다가 이번 주에 처음으로 마사지를 해줬는데 양쪽 발가락(11분 소요)을 마치고 척추 부분에 해당하는 옆면을 시작할 때 코를 골기 시작했다. 한 숨 푹 자고 일어난 남편은 누군가 자기 발을 만져준다는 게 좋단다. 뭔지 모르겠지만 개운하게 피로도 풀리고. 남편에겐 50유로를 받았다.

 

다섯 번의 수업 실습에서 돌아가며 새로운 발을 만났지만 같은 발은 단 한 명도 없다. 남편보다 먼저 전체 과정의 마사지를 한 건 쇼팽이다. 발마사지 수업이 있을 때 독일어는 발마사지 관련 복습으로 진행해준 고마운 분이다. 의대 수업 맞먹는 신체 부위를 독일어로 공부하느라 도서관에서 책까지 빌려다 주신. 과정이 끝나면 제일 먼저 쇼팽에게 마사지를 해주겠노라고 약속도 했었다. 마사지를 받은 쇼팽의 반응은 아픈 데가 싹 사라진 느낌이라며 진심으로 고마워했다. 쇼팽의 아내까지 엄청 고마워하길래 제안했다. 마사지가 도움이 된다면 한 달에 독일어 수업, 4번 중 하루는 내가 마사지를 해주겠노라고. 무료로 수업받는 게 걸렸는데 이렇게 갚는다.

 

나이 든 발, 관리하지 못한 발. 한 번도 크림이나 오일을 바르거나 마사지를 받지 않았을 법한. 굳은살이 적당히 박히고 주름지고 버석한. 발톱은 굵어진 칠십 대의 발은 처음이다. 하긴 나도 관리하지 않으면 곧 나이 든 발이 될 거다. 지금도 물론 젊지 않지만. 발마사지를 배우지 않았더라면 더 홀대했을 거다. 누군가에게 내 민낯인 맨발을 보여야 하니 신경 쓰였다. 가끔 로션이라도 발라주면서 발이 얼마나 거칠고 늙었는지 확인한다. 알았다 해도 앞으로 얼굴만큼은 신경 쓰진 못하겠지. 밖으로 보일 일 없는 드러나지 않는다고 나 몰라라 했다. 타인의 발을 만나면서 내 발을 돌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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