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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학교/초등학교 (1 ~ 4학년)

독일 초등학교 발표 수업

 

독일 초등학교에서 배우는 자흐(Sach)는 기초 과학쯤 되겠다. 초등학교 졸업하고 5학년부터는 화학, 물리, 생물, 지질학으로 분류되어 배우는데 그전에 각 영역별로 조금씩 맛본다. 2학년 2학기 테마는 물이었고 3학년 1학기는 직업 탐구. 숙제로 부모님 직업이 무엇인지 설문 조사했다. 예를 들면 이런 질문들. 안에서 일하나요? 밖에서 하는 일인가요? 물건을 다루나요? 아니면 사람과 함께 하나요? 등. 그중에" 당신의 직업에서 특별히 좋은 점은 무엇인가요?"라는 질문에선 나름 고심했다. 게다가 놀라운 건 한 반에 스무 명 남짓되는 아이들이 같은 직업은 단 하나도 없다는 거다. 큰아이가 3학년 때도 비슷한 수업을 하면서 친구들 다수가 부모님 직업을 희망하는 경우가 많은 것도 신기했다. 그만큼 롤모델로써 미치는 영향이 크니까 이상한 일도 아니겠지만.

 

 

딸하고 주말에 꼭 스케이트 타러 가자고 약속했는데 엄마 컨디션이 영 별로라 못 갔다. 스케이트 장 개방 기간이 1월 초까지니 시간이 많지 않다. 고로 겨울 스포츠를 즐길 날도 곧 끝날 거라는 거다. 딸도 새로운 걸 하나 배우면 엄청 집중하고 좋아한다. 스케이트 타는 맛을 알았으니 감 떨어지기 전에 실컷 타고 싶은 마음 십분 이해된다. 그 마음에 발맞추어 어떻게라도 가려고 했는데 주말엔 도통 시간도 없고 컨디션도 난조라 방과 후 없는 월요일에 가기로 했다. 감기 걸린 엄마가 오전에 컨디션을 어떻게든 회복해볼 테니 한 시간 스케이트장에서 벌서는 거 못 할까 싶어서.

 

 

그런데 다행히 학교에서 돌아온 딸이 아무래도 안 되겠단다. 다음날(화요일)이 자흐(기초과학) 발표라고 그동안 열심히 만든 보드판을 집에 가져왔다. 이렇게 갑자기? 반에서 발표 자료를 완성한 친구가 자기 포함 네 명인데 그 친구들이 먼저 발표하기로 했단다. 그 넷 중에서 순서를 정하는데 서로 미루다가 지아(Gia)가 맨 처음이고 자기가 두 번째란다. 헐. 먼저 하겠다고 선뜻 나서는 지아가 멋져 보여서 자기도 얼떨결에 하겠다고 했단다. 선생님이 먼저 하는 친구에겐 가산점을 주겠다는 꼭 그 말 때문은 아니지만 어디선지 모르게 용기가 났다고. 스케이트 타러 가는 건 포기하고 발표 연습을 해야겠다면서. 나름 비장하다. 대신 발표 수업 마치고 친구 에밀리랑 우리 집에서 놀고 싶단다. 그래그래. 스케이트 장 가는 것보단 친구가 집에 오는 게 낫겠다.  

 

 

초등학교 3학년 Sach 시간, 첫 발표 수업이다. 한 학기 동안 조사하고 배운 내용을 보드판에 정리해서 친구들 앞에서 5분 동안 발표하는 거다. 보드판엔 자신이 되고 싶은 직업 관련 사진을 붙이고 내용을 첨부한다. 다자이너 되고 싶은 딸은 이와 관련된 내용을 보드판에 꼼꼼하게 작성했다. 꼭 포함돼야 하는 6가지 항목에 따라. 일단 내용을 암기해서 발표하는 게 좋겠다고. 몇 번 연습하니 어느 정도 암기가 되었다. 습관처럼 사용하는 접속사 그리고(und) 그러나(aber)는 좀 줄이자고. 디자인에 관해서는 네가 잘 아는 것이니 친구들에게 이야기를 들려준다고 생각하라고. 앞에 나가면 떨리는 게 당연할 테지만 또박또박 천천히 자신감 있게 하자고. 처음 해보는 발표인 만큼 실수해도 괜찮다고. 엄마가 줄 수 있는 팁은 다 방출했다.    

 

 

약속대로 학교 끝나자마자 바로 에밀리랑 집으로 온 딸에게 발표 어땠느냐고 물으니 노래하듯 술술 말이 나왔단다. 떨리지도 않고. 친구들에게 큰 박수도 받고 여러 명에게 질문받고 답변한 소감은 뿌듯하다고. 엄마랑 연습하길 잘했다면서. 실은 짓궂은 남자아이들이 떠들고 웃을까 봐 걱정했는데 기우였다. 친구의 발표를 듣고 질문한 내용은 수준급이다. 잘 들어주었다는 반증이니. 필릭스는 질문을 세 개나 했는데 예를 들면 이런 거다. 디자이너 되고 싶다는 친구에게 어른 옷과 아이 옷 중 무엇을 만들고 싶은지. 재봉틀은 큰 걸 사용하고 싶은 지 작은 걸 쓸 건지. 이렇게 디테일한 질문까지 할 줄은 몰랐다. 여러 사람과 함께 일하는 걸 원하는지 혼자 일하는 걸 원하는지. 딸은 마지막 질문은 잘 모르겠다고 했단다. 그것까지는 생각해보지 못해서. 에밀리는 왜 디자이너를 하고 싶은 생각을 하게 됐는지. 딘은 디자인 말고 또 하고 싶은 일이 있냐고 물었단다. 3학년 발표 수업이 꽤 흥미롭고 진지하다.  [*브런치 매거진 남매의 독일 일상에 발행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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