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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오르는말들

배워두니 쓸모 있는 발 마사지

 

독일에서 발 마사지를 배울 생각을 한 것은 뮌헨에 사는 브런치 작가를 통해 알게 되었고 그걸로 미니잡이라도 구해 볼 요량으로 약간의 흑심이 있었던 것도 사실. 그래도 내가 관심이 없었다면 아예 생각도 못했을 텐데 일단 마사지라는 분야에 관심은 있다. 받는 것도 해주는 것도 좋아하는 편. 부부 사이에서도 등 마사지를 자주 서로 해주는 편인데 발은 또 다른 신세계다. 게다가 독일어 어학원이 지겨운데 독일어는 계속 접속해야 할 것 같아서 선택한 수업이다. 물론 5번의 저녁 수업을 들으러 오누이만 집에 두고 브레멘까지 가는 게 보통 신경 쓰이는 게 아니었지만 어찌어찌 지나갔다. 배운 후 소감은 힘들었지만 또 배워두니 쓸모 있어서 잘했다 싶고. 

 

발마사지 수업을 받고 나서 좋은 점은 신체 기관을 독일어로 알게 된 거다. 독일은 차 종류가 굉장히 다양한데 그동안 몰랐던 각 기관별 차가 눈에 띈다. 예를 들면 방광에 좋은 방광 차라던지 신경에 좋은 수면 차라던지. 내가 손아귀 힘이 센 편인데 마사지하기에 특화된 부분도 있다. 한국에서도 언니들이 나한테 등이라도 마사지받으면 그렇게 시원하다고 좋아했다. 나의 쓸모 있음이 좋으니 서비스 차원에서 안마를 해주곤 했다. 발마사지는 처음 접했는데 이게 또 생각보다 매력적이다. 신체 부위 중 발이 얼마나 중요한 지 수업을 들으면서 내 발을 더 잘 돌보게 된 점도 유익이다. 신체기관이 발 안에 다 들어있다는 것도 신기하고. 뭘 알고 제대로 만지고 자극을 느끼는 것을 볼 때 뿌듯하다. 지금은 이걸로 돈은 못 벌지만 가족과 친구 클라우디아와 쇼팽에게 한 달에 한 번 정도 마사지를 해주는데 도움이 되는 것이 기쁘다. 난 왜 쓸모 있음에 집착하는가.

 

주말에만 집에 오는 남편에게 누적된 피로를 풀기에 발마사지가 제격이다. 매주는 못해주지만 최소 한 달에 한 번은 큰 맘먹고 해 준다. 남편은 오분 안에 코를 골기 때문에 잘은 모르겠지만 누군가 자신의 발을 만져주는 느낌이 좋단다. 딸은 아직 발이 작아서 마사지하기 좋다. 자기 전에 발을 만져주면 몇 분 지나지 않아 숨소리가 잠으로 빠져든다. 엄마 손이 부드럽고 따뜻해서 느낌이 좋단다. 그건 발 큰 아들도 마찬가지고. 발마사지를 배웠다고 가족에서 자주 서비스를 해주진 못한다. 오히려 클라우디아와 쇼팽에게 한 달에 한 번씩 지금까지 두 번했는데 가족은 제대로 한 건 한 번씩이다. 남편만 두 번해줬고. 유료라. 가족에게 미안한 마음에 해준 것도 있다. 족욕을 해주는 의식도 굉장히 의미 있는 것처럼 발을 만져주는 게 서로의 친밀감을 높이는 좋은 도구 같다. 문제는 내 발도 누가 내가 하는 만큼 만져주면 좋으련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