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ni한테서 엊그제 왓츠앱이 왔다. <작은 아씨들> 사진과 함께. 책이 도착했는데 집에 가져다줄까, 하고. 학교 휴교령이 내리고 문구점도 문을 닫았다. 작은 아씨들은 그전에 주문을 해둔 거라. 이렇게 일일이 연락을 해서 전달하는 모양이다. 내가 직접 가지러 가겠노라고. 잠깐 문 여는 시간에 맞춰 받아왔다. 멀찍이 떨어진 상태에서 서로에게 잘 견디라! 는 'Daumen Druken'(엄지를 주먹 안에 넣은 상태로 독일인이 응원할 때 쓰는 제스처)을 날리며. Dani는 우리 동네 작은 문구점 릴러 메이에서 일하는 아들 친구 노아의 엄마다. 만날 때마다 환한 웃음으로 인사하는 사람. 처음 이 동네로 왔을 때도 가장 크게 반겼던, 이 곳을 떠날 때 가장 아쉬울 사람 중 한 명.
어제 점심때쯤엔 딸아이 담임선생한테서 전화가 왔고 딸과 짧게 통화했다. 과제물은 잘하고 있는지 혹시 빨리 끝내서 할 게 없으면 알려달라고. 아이가 잘 있는지 안부를 묻는 전화다. 집 안에만 있지 말고 정원에 나가 놀라는 말도 잊지 않고. 큰 아이는 메일로 숙제를 받고 제출하는 형식으로 학습이 이뤄지고 있다. 볕 좋은 오후엔 숲 산책하는 사람이 부쩍 많다. 개 산책뿐 아니라 조깅하거나 부부가 함께 걷거나. 우리도 그들 중 하나. 다른 건 다 못해도 산책은 그나마 할 수 있어서 얼마나 다행인지. 점심 먹고는 정원에 나가 피터가 작년에 사준 그네에 앉아 온 몸으로 햇볕을 받는다. 어떻게든 시간은 흘러서 봄이 오고 꽃이 피는 것처럼 지루한 시간을 각자 잘 견디어 지나가기를. 일상이 제자리를 찾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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