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웃음꽃유진/오늘 생각

한국에서 보내온 귀한 마스크

 

 

일주일 만에 한국에서 언니가 보낸 마스크가 도착했다. 이렇게 빨리 택배가 온 건 처음이다. 택배 받는 풍경에서 달라진 건 전자 서명을 하던 걸 하지 않고 물건에 내 펜으로 사인하면 그걸 확인했다. 역시나 택배기사도 마스크는 쓰지 않았다. 우리를 걱정하는 언니들 중 넷째 언니의 발 빠른 대처 덕분이다. 한국에서도 마스크 외부 반출이 금지였다가 직계 가족에 한해서 kf 94는 한 달에 최대 8장까지만 보낼 수 있게 된 날이다. 언니가 보내는 날 우체국은 전쟁통이라고 했다. 가족 관계를 증명할 서류도 필요한데 언니가 보낸 건 천 마스크와 필터라 쉽게 통과된 모양이다. 긴급 물품인 만큼 빨리 온 건지도 모르겠고. 그나저나 부활절 휴가 전에 도착해서 천만다행.

 

독일은 왜 이 시국에 마스크를 쓰지 않는지 의아했는데 나름 그럴만한 이유가 있었다. 아이들에게 엄청 인기인 키티 인형이 환영받지 못한 이유는 입이 없어서다. 눈을 맞추고 표정을 읽으며 토론 문화가 발달한 유럽에서 얼굴을 가리는 건 굉장히 부정적으로 인식한다. 이모티콘에서도 눈보다 입이 엄청 중요하고. 그러니 복면은 테러리스트가 쓰거나 마스크는 심한 병이 걸린 사람만 쓴다는 인식으로 바이러스 예방 차원에서 사용할 생각을 못하는 듯하다. 의료용으로 구분되어 생산 자체도 거의 없다. 판매 가격은 18유로에서 20유로(2만 원이 넘는)라는데 그마저도 없다는 게 문제. 어제 뉴스에서 마스크를 언급한 걸 보니 조만간 생산이 되려나. 코로나 마스크가 바이러스를 막아주는 지의 여부를 토론 중이라니. 

 

지난 일주일간 재택근무하고 다시 출근하게 된 남편이 대중교통을 이용해야 해서 청소용 필터로 마스크를 만들었다. 기차엔 사람이 거의 없다고 했다. 이동 제한 명령을 둘 게 아니라 마스크를 대량 생산해서 모두가 쓰게 하면 좋을 텐데. 남편이 묵는 집주인 분도 이불천으로 마스크를 직접 만들었단다. 재봉틀 가진 집이 많으니 각자 마스크 만드는 건 일도 아니겠다. 폼으로 쓸 거 아니라면 천 마스크 안에 청소 필터라도 넣으면 임시방편으로 그나마 나으려나. 일단은 마스크라도 있으니 안심인데 아무도 쓰지 않는 분위기에서 마스크를 쓰는 것도 용기가 필요하다. 실제로 남편이 회사에 마스크를 쓰고 갔더니만 확진자로 오인하는 해프닝이 있었다고. 이런 분위기에 대해 동료 직원과 이야기를 해 본 결과. 마스크를 마트에서 판매하고 누구라도 살 수 있으면 당연히 쓰겠지만 누군 쓰고 누군 쓰지 않으면 불공평하다면서. 어떤 면에서는 엄청 합리적인 국민으로 보이는데 이럴 땐 왜 그렇게 답답하게 느껴지는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