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웃음꽃유진/오늘 생각

짜파게티에서 시작된 그리움

코로나로 사재기가 한창일 때 한인 마트에서 짜파게티를 주문했다. 라면도 안 먹은 지 꽤 되었지만 학교 휴교령에 하루 이틀도 아니고 뒤돌아서면 밥해야 하는 삼시 세끼가 무서워서. 많이는 아니고 6개를 장바구니에 담았다. 끼니 챙겨 먹다 지치고 지치면 찬스로 쓰려고. 마침 그날이 왔고 아빠는 출근 중인 점심에 남매와 나 셋이서 짜파게티를 4개나 끓이는 호강을 누렸다. 한국에서 배달해 먹던 짜장면을 자동으로 떠올리고 짜장면엔 역시 탕수육이지, 추억 소환이다.(아들은 독일 살면서 가장 그리운 것 중 하나가 배달음식이라면서. 솔직히 한국에 살 적에도 뭘 그렇게 많이 시켜먹은 기억도 없으면서) 엄마는 찍먹인지 부먹인지, 묻는 십 대 아들은 한국 가면 꼭 치킨을 시켜 먹겠다고 다짐한다. 딸은 엄마가 한 달에 한 번 공부하러 나가는 날마다 아빠가 치킨을 시켜줬는데 그때 쿠폰을 10개 모아서 한 마리 공짜로 먹은 일이 꽤 인상적이었던지 두고두고 이야기한다.

 

그러다 자연스럽게 한국의 친구들을 떠올리고 파자마 파티까지 얘기하다가 그동안 친구들과 통화한 지 너무 오래되었다는 걸 깨닫는다. 나도 한국의 지인에게 연락 못하면서 아이에게 전화한 번 해보라고 부추긴다. 제일 친한 친구에게 전화를 했더니만 너무 놀라면서 반가워한다. 그러다 친한 친구 다섯 명이 모였다. 통화한 지는 일 년이나 지났고 만난 지는 곧 3년이 돼가는 게 무색하게 어제 만난 사이처럼 그때 그 시절로 돌아간 듯하다. 통화한 날 친구들끼리 제일 먼저 묻는 건 키다. 그새 친구들은 어린이에서 청소년이 될 만큼 컸다. 변성기로 목소리 변한 친구들도 있지만 말투와 성격은 그대로다. 마침 한국도 독일도 코로나로 집콕이니 온라인 통화로 물리적 거리를 좁힌다.

 

아이는 짜파게티 먹은 날 이후 매일 오후 한 시 한국 밤 8시에 친구들과 그룹톡 하면서 게임을 한다. 친구들과 통화할수록 한국이 더욱 그립다. 코로나 시간은 더디겠지만 코로나가 잠잠해지면 혹시 내년 봄엔 한국에 가게 될지도 모르겠다고 엄마는 넌지시 희망을 내비친다. 늘 그렇지만 모든 건 다 때가 있다. 독일에 살 게 될지도 코로나 시대가 올 줄은 미처 몰랐던 그때지만. 친구랑 신나게 놀 수 있을 때 전력을 다해 놀아서 그나마 다행스럽다. 오늘도 지금이 아니면 할 수 없는 게 분명 있을 거다. 아들이 저렇게 귀여운 시절이 있었다니! 딸에게도 저렇게 큰 꽃 머리띠가 어울리는 게 한 때인 것처럼.

 

 

독일산 지 일년 만에 한국에 갔을 적 이모집에서 한 파자마 파티, 안했으면 어쩔 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