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면 코로나 바이러스 이전과 이후, 일상은 확연히 달라질지도 모르겠다. 바이러스가 발생하기 이전 상태로 돌아갈 수 있을까, 의심스럽다. 5주 동안 문을 닫았던 미용실이 다시 문을 열었다. 그 사이 장발이 된 아들은 덥수룩 봐주기 어려울 지경. 그건 나도 마찬가지. 두세 달에 한 번은 잘라줘야 하는 짧은 머리를 한 사람의 고충이다. 미용실이 문을 닫는다고 큰 지장이 있을까 싶은데 이런 불편함이 생긴다. 머리만 원할 때 관리해줘도 가볍고 상쾌하다.
5월부터 독일도 점차적으로 상점 문을 열거라는 소식을 뉴스에서 접하고 4월 말에 제일 먼저 미용실에 전화했다. 역시나 예약이 많이 잡힌 모양이다. 2주 뒤에나 가능했다. 이제라도 자를 수 있어서 어찌나 감사하던지. 예약할 때 미리 공지한 내용은 이렇다. 마스크는 꼭 착용해야 하며 머리는 미용실(머리 감는 비용은 따로 지불한다)에서 감아야 한다고. 덕분에 자르기 전에 머리 감겨주는 서비스를 누렸다. 합당한 비용(아이는 7유로, 어른은 10유로정도)을 지불하고. 미용사 모두 마스크 쓴 채 손님의 머리카락을 자른다. 눈만 보이니 표정을 읽을 수 없다. 묵묵히 이 상황을 담담하게 받아들이는 눈치다.
마스크가 코로나를 얼마나 예방할 수 있을지 논의하고 모든 국민이 구입할 정도의 수량이 준비되기까지 시간이 걸렸지만 공공장소에선 독일도 마스크 착용이 필수다. 니더작센주는 4월 27일부터 마스크 착용을 의무화했다. 형형색색의 마스크 쓴 사람을 볼 수 있다. 마스크 없는 사람은 스카프로 입을 가리기도 하고. 마트 출입 시 1.5m 거리 유지를 위해서 카트는 필수였는데 이젠 마스크까지 추가다. 사람 수만큼 카트를 달고 다니려니 여간 복잡한 게 아니다. 카트 체증이 생길 지경. 일단 하기로 하면 철저하게 지키는 모습이다.
인간의 적응력이 높다더니 첫날 마스크 쓰고 장 볼 때는 숨 막혀서 몇 번을 벗어 숨을 쉬었는데 이젠 이발하는 한 시간도 참을만하다. 하루 종일 쓰고 일하는 사람은 얼마나 불편할까 생각하면서. 앞으로 얼마나 이런 상태가 지속될까 걱정하면서. 그나마 마스크 쓴 병원의 의사는 크게 이상하진 않다. 마트에서 모두 마스크를 쓰고 장을 보는 모습이나 미용실에서 손님이나 미용사 모두 눈만 빼꼼하게 보이는 건 어쩐지 많이 기묘하다. 이런 풍경도 시간이 지나면 익숙해지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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