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웃음꽃유진/life in Schwanewede

친절한 마틴씨

마틴네 고양이, 후고

 

니더작센주 6주간의 여름 방학이 끝나간다. 이번 주 목요일(8월 27일)이면 등교. 남매는 새로운 학교로 전학이다. 초등학교 4학년인 딸은 집에서 10분 남짓 걸어서 갈 수 있는 학교에, 아들은 옆동네 김나지움에 다니게 되었다. 슈토프가 워낙 작은 동네다 보니 김나지움이 없어서 Nordhorn에 있는 학교로 간다. 버스 타고 기차 타고 한 30분쯤 걸린다. 독일은 다른 물가에 비해 교통비가 비싼 편. 대신 학생은 지원을 받는다. 우리가 사는 동네에 학교가 없어서 어쩔 수 없이 대중교통을 이용해야 하는 거라 시에서 상당 부분을 돌려받을 수 있단다. 이런 정보는 솔직히 독일인이 아니면 잘 모를 거다. 게다가 티켓의 종류(일일 권, 월정액, 일 년 치)도 다양하다. 

 

우리 옆집에 친절한 마틴씨가 산다. 주인집 올리버네와도 친해서 우리가 이 집의 세입자로 결정되고 계약한 날, 올리버가 마틴을 대동해서 같이 만났다. 또 다른 옆동네 김나지움의 선생이라면서. 애들 학교와 관련해서 도움받으라고. 이사 오기 전부터 남편이 마틴과 메일을 주고받았다. 마틴은 슈토프 초등학교 리스트와 갈 수 있는 김나지움에 관한 정보를 친절히 알려줬다. 며칠 전엔 노트 혼까지 갈 때 어떤 티켓을 사는 게 좋은 지 알려주었다. 그것도 휴가 떠나는 날, 메일을 미리 보내서 간단히 설명을 해주고 휴가 다녀오면 같이 티켓을 구매하러 가자면서. 

 

1년 치를 한 번에 사는 방법이 있고 월정액을 사서 다니는 방법이 있다. 마틴의 아이도 필요해서 살 겸 근처 중앙역에 같이 가서 샀다. 8월은 3일만 다니면 되니 일일권을 끊고 9월은 한 달치 버스와 기차를 왕복으로 이용 가능한 티켓을 샀다. 77유로니까. 한 10만 원 정도 되는 거다. 그래도 60프로 정도는 나중에 돌려받을 수 있다니 다행. 어디서 몇 번 버스를 타고 어느 역에서 내려서 기차를 갈아타는지 직접 들러 상세히 알려줬다. 첫날 등교 때는 마침 노트 혼 김나지움을 다니는 마틴의 딸이 같이 가 준다니 마음이 놓인다.   

 

선생이라고 다 그렇게 조근조근하고 친절하게 설명하진 않을 텐데, 마틴의 목소리는 낮고 느리다. 귀에 부담이 없고 저런 우아한 톤은 참 부럽다. 목소리와 말투에서도 성품이 묻어나는 느낌. 마틴의 개 토미와 산책을 하다가 우리 집 남매와 만난 날, 애완이라면 개나 고양이나 반기고 좋아하는 남매와 마틴은 땅바닥에 무릎을 꿇고 앉아서 두런두런 이야기하는 모습도 목격했다. 딸은 마틴과 처음 이야기 한 소감으로 자기 이야기를 너무 잘 들어주고 목소리가 차분해서 좋다면서 친하게 지내고 싶단다. 나랑 동감이다. 그런 마틴이 아들이 노트 혼까지 가는 데 필요한 교통 카드를 어떤 종류를 사면 좋을지 친히 같이 가서 사는 걸 도와준 거다. 다음 날 고마운 마음에 조각 케이크를 가족 수만큼 사다 줬는데 수줍은 미소로 굳이 이러지 않아도 된다면서도 좋아한다. 덕분에 새로 알게 된 독일어 표현 "Ach, das war doch nicht nötigen gewesen(굳이 그럴 필요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