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좋아하는 요한네스 베리와 그 외는 이름 모르는 여름 베리들이 듬뿍 들어가 색이 고운 과일주다. 주인집 딸 로렌이 여자 셋을 위해 직접 만들었다. 우리 집은 주인인 올리버네랑 바로 앞 뒤로 나란히 있다. 옆집엔 부부가 선생인 마틴네는 딸 베르나와 아들 알렉산더 그리고 강아지 토미와 고양이 후고가 산다. 마침 마틴네는 휴가 중. 종종 세 집이 같이 모여서 담소를 나눠도 좋겠다. 이사 오기 전부터 남편은 안주인과 나랑 나잇대가 비슷하니 어쩌면 잘 맞을지도 모르겠다고. 잘 지내면 좋겠다고 했는데 이제 알아가는 단계지만 예감이 나쁘지 않다.
독일은 집마다 계약 조건이 다르지만 이번 집은 방 두 개의 바닥은 우리가 직접 사서 깔아야 했다. 그 전 주인 피터가 집 짓는 사람이라 재료를 저렴하게 구입해서 배달만 하고 새집 주인이 직접 공사를 해줬다. 고마운 마음에 어떻게 사례하면 될까 했더니만 크롬 맥주 한 박스면 충분하다길래 맥주를 사다 준 날 저녁, 우리 가족을 초대했다. 오누이는 정원 풀장에서 수영을 하고 어른들은 맥주를 마시자고. 남매는 오랜만에 물을 만나 신났다.
주인집은 19살, 15살 남매를 뒀는데, 큰 딸 로렌이 맛있고 시원한 과일주를 제조해준 거다. 알코올은 조금 들어간 붉은 베리주라 나도 기분 좋게 마셨다. 물놀이하고 나온 오누이를 위해서 막내 톰은 바로 정원 옆에서 폼모스(감자튀김)를 튀겨준다. 막 구운 바삭한 폼모스에 감동. 로렌의 남자 친구까지 동석한 분위기는 훈훈하다. 사방이 점점 어두워져서 초를 켜고서도 한참을 이야기했다. 이케아 가구 조립하느라 밤늦게까지 씨름할 뻔 한 날, 올리버 덕분에 한 여름밤의 정취를 듬뿍 즐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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