멈추지 못하는 사람들(애덤 알터), 무엇이 당신을 끊임없이 확인하고 검색하게 만드는가
침대 머리맡에 두고 잔 스마트폰 알람 진동 ‘10분 후 진동’ 터치로 잠을 깬다. 폰을 들고 화장실에 가면서 밤사이 꺼 둔 와이파이를 켜고 포털의 기사 제목을 훑는다. 그날의 날씨를 앱으로 확인하면서 아침이 시작된다. 아이를 등교시키고 제일 먼저 노트북을 켜고 확인하는 건 노란 창에 로그인을 해서 밤새 쌓인 카카오톡의 빨간 숫자를 클릭해 0으로 만든다. 답장은 빛의 속도로 회신한다. 이메일을 수시로 확인하고. 멈추지 못하는 사람들 역시 스마트폰 클레마를 열어 e북으로 읽었다.
좀 더 색다른 요리 레시피를 포털 사이트에서 검색하거나 유튜브를 본다. 모르는 독일어 단어뿐 아니라 한글도 뜻을 정확히 하기 위해 수시로 사전 앱 창에서 검색한다. 음식 사진이 먹음직스럽게 나오는 앱 Foodie를 이용해 사진을 찍는다. 글감이 떠오르거나 그날의 할 일, 장 볼 리스트는 수시로 스마트폰 메모장에 쓴다. 잠자기 전 요가 소년을 하려고 유튜브에 들어갔더니 박막례 할머니의 막 올라온 영상이 친절하게 뜨면 그것부터 클릭한다. 외출이라고 할라치면 버스와 기차 노선과 시간을 앱으로 확인하고 친절한 구글 앱이 없으면 불안하다. 요즈음엔 인스타그램에 코인무 올린 카드 뉴스 반응을 좋아요! 숫자로 수시로 체크한다.
스마트폰이라는 새로운 중독 시대에 산다. SNS의 좋아요! 는 디지털 마약이 맞다. 일상의 많은 부분을 기기에 의존한다. 핸드폰 번호를 못 외우는 것뿐 아니라 요리 레시피도 이젠 외울 필요가 없다. 없으면 불편하고 어떻게든 찾게 될 테니 스마트폰이라는 마약에 제대로 중독된 셈이다. 과거엔 일중독, 게임 중독, 쇼핑 중독, 알코올 중독이 문제였다면 요즈음은 인터넷, 스마트폰, SNS(인스타와 페이스북), 게임 중독이다. 테크놀로지의 발달로 편리해진 대신 중독의 가능성은 높고 강렬하다. 디지털 의존도가 높아가는 시대에 어떻게 정지 버튼을 눌러 집중력과 관계를 잃어버리지 않을 수 있을까. 인간의 소중한 가치를 사수할 것인가.
아이패드의 놀라운 기능에 감탄하며 누구나 하나씩 가져야 한다고 강조하는 창시자 스티브 잡스조차 자신의 자녀들에겐 아이패드를 주지 않을 뿐 아니라 전자 기기 사용 시간을 제한한다. 블로거, 트위터, 미디어 창립자 에번 윌리엄스도 마찬가지.(학교 숙제에 필요한 경우만 컴퓨터 허용). “테크놀로지 제품을 만드는 사람들은 마약상이 반드시 명심해야 할 원칙을 따른다. ‘자신이 공급하는 중독 물질에 절대 취하지 마라’(22쪽)” 거꾸로 발하면 중독되지 않기의 어려움을 개발자는 이미 알고 있다는 뜻. 중독의 위험성을 그 누구보다 잘 인지한 사람들이 바로 개발자라는 말.
인스타그램 페이스북이나 넷플릭스도 빠져드는 건 한 순간. "사람들의 의지력이 부족하기 때문이 아니라 컴퓨터 화면 저편에서 수많은 전문가들이 사용자들의 자제력을 허물기 위해 고군분투(26쪽)”하는데 유혹에 빠지지 않을 방도가 없다. 청소년 아이가 핸드폰을 갖게 되면서 우려했던 대로 순식간에 빠져들었다. 어디까지 통제하고 어디까지 자유롭게 허용해야 하는가. 통제와 자율 사이에서 혼란스럽다. 통제하면 갈등이 유발되고 자율이라는 그럴듯한 허상을 쓴 방치(내버려 두면)는 대책없다. 내가 부모가 아니었다면 굳이 아이와 갈등을 일으키면서 통제하진 않았겠지. 하지만 과연 아이가 하고 싶은 만큼 하도록 내버려 두는 게 옳은가. 10대 아이가 스마트폰을 알아서 자제하는 일은 불가능했다.
같은 나잇대의 아들을 키우는 한 엄마도 나와 동일한 심정을 토로했다. 아이가 기기를 하지 않는 순간엔 가정의 평화가 깃든다고. 코로나로 온라인 수업이 많아지면서 하루 종일 기기 앞에서 떠날 줄 모르는 아이 때문에 우울증 걸릴 정도라고. 독일은 온라인 수업을 강행하지 않기에 다행이지만 학교에 가지 못하는(2020년 상반기) 동안 전자 기기 사용 시간이 많아진 건 사실이다. 어느 순간 스마트폰으로도 만족하지 못한다. 친구들 대부분이 컴퓨터 게임을 한다면서 친구 집에서 파자마라도 한 날은 아이가 신세계를 경험하고 컴퓨터를 사고 싶어 한다. 의기소침해진 아이의 모습에 마음이 잠시 흔들렸다. 처음 아이에게 핸드폰을 사줄 때처럼 컴퓨터 사는 것이 망설여졌다. 결국은 열세 살 아이에게 노트북을 사주었다. 뭐든 신기기의 맛을 알게 되면 그 이전으로 돌아가는 건 어렵다. 그 시기를 막을 수는 없더라도 최대한 늦추고 사용 시간은 제한할 수밖에.
좀비 같은 카톡의 붉은 숫자, 깜박이는 숫자를 없애도 없애도 계속 생기는 게 진짜 좀비 같긴 하다. 확실히 집중력을 흐려놓는다. 내가 원하는 시간에만 확인하지 않으면 일을 못하게 만든다. 왜냐하면 외부에서 오는 신호에 반응하고 싶을뿐더러 연결됨을 확인하고 싶은 욕구 때문이다. 방해받지 않으려고 핸드폰에서 카톡을 없애고 PC로 옮겨서 내가 주도적으로 로그인을 해야지만 확인 가능한 시스템으로 만들었다. 의지력은 생각보다 약하니 유혹에 쉽게 무너지지 않게 환경을 만드는 게 더 현명하다는 저자의 말대로. 유혹에서 벗어나는 일이 얼마나 많은 의지력이 필요한지 안다면 최대한 차단하는 방향으로 환경을 바꾸는 게 낫다.
아이에게 스마트폰을 자유롭게 주고 절제하길 바라는 것보다는 시간제한을 두고 그 이후엔 반납하는 게 가정의 평화. 언제까지나 그럴 순 없고. 성인이 되기 전, 양육이 필요한 시점까지는 그렇게 하기로 타협. 한 없이 허용한다고 만족스러운 순간이 오기보다는 내성이 생기고 급기야는 금단 현상도 온다. 디지털 중독 문제점을 수시로 이야기하면서 부모도 아이 앞에선 스마트폰 하는 모습은 보이지 않는다. 중독성 강한 게임의 세 가지 특징인 몰입, 성취감, 사회적 요소(관계)를 만족시킬 수 있는 바람직한 행위로 대체할 일을 현실에서 함께 찾는 중이다. 어떻게 하면 디지털의 홍수 속에서 익사하지 않고 살아남을 수 있을지를 말이다. 극장에서 핸드폰은 잠시 꺼두셔도 좋습니다, 처럼 일상에서도 스마트폰을 잠시 치우는 시간이 필요하다.
www.youtube.com/watch?v=MOwztntEzS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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