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웃음꽃유진/life in Schwanewede

찬란한 유월의 햇살

이번 주(5월 31일)부터 오누이가 학교를 매일 간다. 코로나 테스트는 일주일에 두 번씩 하고. 새벽부터 도시락 싸기가 번거로워도 학교 갈 수 있음에 그저 감사. 유월의 첫날은 그동안 흐린 날씨에 보답이라도 하듯이 20도를 훌쩍 넘었다. 여름이 코앞까지 왔다는 걸 직감한다. 이불 커버를 죄다 벗겨서 햇볕에 말렸다. 하루에 세탁기를 두 번을 돌려도 다 마를 만큼 햇살은 쨍하고 해는 길어졌다. 밤 9시가 되어도 환해서 시간 감각이 흐려질 정도다. 그렇지 유럽의 여름은 암막 커튼이 없으면 쉬이 잠들기 어렵지.

 

딸은 7월에 초등학교를 졸업 예정이라, 그전에 친한 친구 넷과 파자마 파티를 하기로 했단다. 지금부터 어떻게 잘 놀지 열심히 계획을 세운다. 캠핑카도 있고 4인용 텐트까지 있다는 파울리나가 선뜻 자기 집에서 자도 된다고 해서 장소는 해결이 됐다. 정원에서 닭도 키우는 파울리나네 집에서 실컷 놀고 잠까지 같이 자면 친구들과 헤어지는 게 덜 아쉽겠다. 친한 친구 넷이 파울리나 빼고 모두 다른 학교라 진학해서 계속 만나기는 어려워졌다.

 

조기 맞은편에 보이는 게 카페

오후엔 파울리나랑 놀기로 약속을 잡아왔다. 집 앞 호수(Elsee am See)에서 수영을 하겠다고 수영복을 챙겨 오란다. 아무리 더워도 벌써 수영을? 아직은 물이 찰 텐데, 그래도 직접 경험해보면 알겠지 싶어서 그냥 뒀다. 그동안 친구도 못 만나고 놀지도 못했으니 놀고 싶은 만큼 실컷 놀고 오라고 등 떠밀어 보낸다. 호수 반대편 카페 옆에 낮은 수심은 수영이 가능한 곳이다. 

 

5시 독일어 수업에 늦지 않으려면 여간 바쁜 게 아니다. 마침 어제는 수업에 늦지 말라는 경고도 받았다. 나도 물론 5분 10분씩 늦었지만 대부분이 더 늦는다. 4시 전에 퇴근한 남편은 이른 저녁을 챙겨 먹고 아들이랑 자전거를 타고 오겠단다. 딸이 수영한다는 그 호수를 한 바퀴 돌고 오면서 딸도 만나고 아들은 엄마가 좋아하겠다며 그림 같은 사진을 찍어왔다. 호수 주변에 사람들이 엄청 많다면서. 주말에는 오랫동안 문을 닫았다가 오픈한 호수가 카페에서 조식을 먹어야겠다. 유럽의 노천카페가 모두 문을 열었다는 소식만으로도 기쁘다. 삭막한 분위기가 서서히 걷히는 중이다. 애들이라도 신나게 유월의 햇살을 즐기니 다행스럽다. 비록 엄마는 3시간을 꼼짝없이 수업을 들어야 하는 게 괴롭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