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주말보다 조금 이른 시각, 아침 8시 30분에 숲 산책(7km)을 시작했다. 새소리가 유독 왕성하고 녹음이 짙어지는 6월의 산책은 하루라도 놓치면 억울해진다. 숲 속의 카페는 밖에 놓인 테이블이 늘었다. 안에서 먹으려면 24시간 안에 자가 테스트를 하거나 예방접종을 맞은 사람만 가능하다는 팻말을 지난주까진 있었는데 지금은 밖에서 먹는 건 조건 없이 가능한 건지 모르겠다. 울창한 숲을 통과해 카페까지 갔다가 꽃사슴에게 인사를 하고 돌아 나오면 7km다. 인적이 드문 시간, 자연을 흠뻑 만난 것만으로도 보약 한첩 먹은 기분이다.
집에 오는 길에 전날 아들이 주문한 해리포터 4권과 5권을 찾으려고 동네 서점을 들렸다. 아마존으로 시켜도 되지만 일부러 동네 작은 서점을 이용한다. 주문하고 찾으러 가는 그 시간이 좋아서. 서점을 나서는데 분수대 중앙이 시끄럽다. 시청과 작은 교회가 있는 곳인데 누군가의 결혼식이다. 교회 앞에 붉은 장미꽃을 한 송이씩 든 사람들이 짧은 터널을 만들었다. 곧 백색의 신랑과 신부가 등장하고 사진사는 사진을 찍는다. 이런 장면은 놓치면 안 된다. 신랑 신부의 입장에 맞춘 듯이 굉음이 들리면서 다섯 대의 트럭이 풍선을 매단 채 크락션을 울리며 차례대로 지나간다. 남의 결혼식에 웬 민폐인가 싶었는데, 그게 아니라 신랑 신부에게 인사를 하면서 반갑게 맞는 게 아닌가. 아는 사람이 분명하다. 남편의 직장 동료가 축하해주는 모양이다. 이렇게 신박할 수가. 코로나가 줄면서 독일의 일상이 회복되고 있다. 치즈와 빵 달걀과 싱싱한 채소를 오전에만 판매하는 토요일 장도 열렸다. 유기농은 아니지만 자유롭게 풀어 키운 달걀 10개와 바게트 빵 그리고 모차렐라 치즈를 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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