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독일 학교/초등학교 (1 ~ 4학년)

[초등 4학년] 자전거 타고 학교 간 역사적인 날

왓츠앱 단체톡에 딸의 담임선생님한테서 문자가 왔다. 다음날 체육시간에 자전거 수업이 있으니 자전거를 가져오라고. 혹시 가져오지 못하더라고 큰 문제는 없다는 말을 덧붙이면서. 독일어 수업 중이라 남편한테 바로 전달했다. 딸은 발등에 불이 떨어져서야 자전거 연습해야겠다면서 서두른다. 작년 크리스마스 선물로 딸에게 자전거를 사줬다. 거금 200유로를 들여서. 빨리 자라는 아이를 생각하면 중고를 사도 될 텐데, 남편은 새 자전거를 고집했다. 역시나 딸은 처음 자전거가 도착한 날 며칠 반짝 타고 반년을 차고에 그대로 세워두었다. 게다가 겨울이라는 날씨도 한몫했고.

 

딸이 자전거를 좋아하지 않는 이유는 몇 가지가 있는데 그중 하나는 엄마가 자전거를 타지 않는 것도 있다.  20대에 여의도 광장에서 자전거를 탄 사람이다. 대여한 자전거로 오로지 자전거만 있는 곳에서. 그러니 생활 편의 수단으로 자동차 옆에 자전거 도로가 아무리 잘 되어 있어도 겁난다. 오로지 직진만 가능하고 무엇보다 두 발을 땅에 붙이고 걷는 걸 사랑한다. 딸이 자전거를 오랫동안 세워둔 다른 이유는 아빠, 오빠랑 자전거를 탄 날 낮은 턱을 넘어가다가 넘어져서 다친 경험이 있다. 그 이후로 자전거 타는 게 무섭단다. 한 번 겁먹고 타지 않으니 연습할 기회는 줄고 자전거 타지 않아도 그럭저럭 생활할 수 있으니  최대한 미뤘다.

 

독일인은 어느 정도로 자전거가 일상이냐면 학교에서도 수영이 필수인 듯이 자전거도 학교 수업에 포함돼 있을뿐더러 부모도 수영과 자전거는 적극적으로 가르친다. 네다섯 살 아이도 두 발 자전거를 발로 밀어서 타는 것부터 연습시킨다. 저렇게 어릴 때부터 차근차근 연습하면 자전거를 못 타는 게 어렵겠구나 싶다. 자유자재로 자전거를 다루는 모습은 경이롭다. 자전거 수업이 4학년 체육 시간에 있는데 코로나로 딸은 그걸 못한 거다. 정규 수업에 있으면 어떻게라도 하게 되니 이제라도 할 수 있어서 다행이다. 칠십 세 기슬라도 무릎이 아파서 걷는 게 어려운데 자전거는 거뜬히 탄다. 78세 마리타도 건강이 나빠지기 전에 하루에 30km 자전거를 탄다고 해서 놀랬고.

 

2019년 12월 네덜란드

 

네덜란드만큼은 아니더라도 독일도 자전거 도로가 굉장히 잘 갖춰진 나라다. 자전거 타는 사람들을 위한 배려를 곳곳에서 만난다. 등하교뿐 아니라 출퇴근도 자전거로 대부분 한다. 치마를 입고도 아무렇지도 않게 자전거 타는 여성들. 두 손을 놓고 스릴을 즐기는 남자아이들, 백발이 성성한 할아버지 할머니가 헬멧을 쓰고 달리는 모습이라던지. 짧은 다리가 겨우 땅에 닿아 두 발 자전거를 열심히 밀고 가는 아이. 어린 자녀를 앞세워 엄마, 아빠의 호위 아래 가족이 함께 자전거 타는 모습은 멋지다. 

 

학교 수업 시간에 자전거를 가져오라니 딸은 주말 동안 맹훈련을 해서 오늘 드디어 자전거를 타고 학교에 갔다. 남편이 마침 휴가라 아빠의 호위 아래. 걸어서 20분 가는 거리를 자전거로 편하게 갈 수 있다는 걸 경험하면 계속 타겠지. 나도 다른 가족에게 피해 주지 않으려면 어떻게든 자전거를 타긴 타야겠다 싶다. 자전거 타기에 더할 나위 없이 좋은 계절엔 특히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