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은 초등학교 과정이 4년이다. 고로 4학년 딸은 지난주에 졸업했다. 딸이 작년 여름에 전학을 와서 1년간 다닌 학교는 독일에서 가장 좋은 학교였다. 상도 많이 받았단다. 그래서 그런지 교과서(독일은 교과서를 사거나 빌린다)를 사지 않고 공짜로 받는 행운도 있었다. 담임 선생님과 친구들은 그 전 학교가 기억나지 않을 정도로 친절하고 학급 분위기가 남다르다고 했다. 대부분이 차분하고 수업시간에 조용한 편이라고 딸은 자기도 모르게 분위기에 따라 공부를 열심히 하게 된다고. 성적도 좋고 칭찬받는 친구들 넷과 친하게 되어서 겨우 반년 다녔지만 서로의 집에 왔다 갔다 하면서 잘 놀았다. 이번 주 목요일엔 아이들끼리 계획한 파자마 파티를 파울이나 집에서 한다. 딸의 초등학교 마무리는 덜 서운하고 좋은 추억으로 남겠다.
졸업식은 큰 아이 때도 느꼈지만 조촐하다. 체육관에서 진행되었고 4학년이 총 3반이고 각 반 학생수가 스무 명 남짓이라 규모도 그리 크지 않다. 한국은 졸업생에게 꽃다발을 준비하지만 독일은 그런 게 없다. 담임 선생님께는 학급비로 걷은 돈으로 선물은 미리 드렸다. 보통은 졸업 전에 학교에서 그릴 파티를 하는데 이번은 딸 반의 한 아이가 자기 집 정원에서 그릴 파티를 해도 된다고 장소를 제공했다. 부모와 아이가 코로나 자가 테스크를 하고 각자 구워 먹을 고기와 함께 먹을 간식을 준비해 가서 시간을 보냈다. 그날 담임 선생님에게 함께 준비한 선물을 드렸고. 유쾌한 기념사진도 남겼다.
특별히 선생님께 개인적인 선물은 하지 않는 분위기지만 딸은 선생님께 드릴 편지와 그림을 몇 날 며칠을 걸려 준비했다. 꽃과 초콜릿도 함께 선물하고 싶다고 해서 그건 내가 전날 사두었고 졸업식에 아이 편에 보냈다. 졸업식인데 이 정도 선물은 해도 괜찮을 것 같아서. 꽃은 꽃집에서 근사하게 주문했다. 비용은 과하지 않은 선에서. 독수리 반이었는데 담임선생님이 다음에 맡은 반이 거북이반이라고 딸은 거북이 인형을 자기돈으로 작은 걸 샀고. 선생님이 기뻐하실 의미 있는 선물이다.
전날 단체 티셔츠는 받았다. 독수리 반인만큼 독수리 그림을 넣고 뒷면엔 아이 각각의 이름과 담임선생님 성함이 들어간 흰색 티셔츠다. 반 티셔츠를 입고 아이들이 함께 준비한 율동도 보여주었다. 교장 선생님의 진행 아래 각 담임선생님께 꽃다발 증정식이 있었고 3학년 후배들의 미리 녹음한 축하 멘트도 들려줬다. 체육관에서 졸업식이 짧게 끝나고 밖으로 나와서는 각자의 소망을 적은 풍선을 하늘로 날리고 아이스크림 차가 와서 아이들은 길게 줄을 서서 아이스크림을 하나씩 먹었다. 친구들과 사진도 찍고. 각 반으로 가서 선생님께서 주신 선물과 성적표를 받고 끝났다. 초등학교를 졸업 후 김나지움에 가면 9년을 한 학교를 다니니 독일은 졸업식이 드물다. 지나고 보니 4년도 쏜살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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