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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 공동체

선물 교환으로 따뜻했던

 

Frohe Weihnachten!(프로흐 바히 나흐텐) 메리 크리스마스의 독일어 표현이다. 나라마다 성탄절을 지내는 날짜가 조금씩 차이가 난다. 한국은 미국처럼 25일에 아이들에게 선물을 줬다면 독일은 이브에 선물을 준다. 쇼팽의 카드도 정확히 23일에 도착을 했다. 이브 아침엔 주인집 올리버 딸이 쿠키와 초콜릿 그리고 직접 만든 크리스마스 카드가 든 쇼핑백을 현관 앞에 두고 갔다. 올리버 식구 이름을 모두 적은 예쁜 카드를. 독일에 왔으면 독일식을 따른다고 매년 이브에 가족끼리라도 조촐한 선물 교환식을 갖는다. 작년까지는 내가 주관했다면 올해부터는 딸이 자발적으로 도맡았다.

 

 

딸은 엄마 아빠의 어드벤츠 캘린더(크리스마스 달력)를 매일 다른 품목, 색다른 포장지로 성실하게 준비해서 아침마다 기쁨을 안겼다. 24일, 크리스마스이브엔 성탄절 선물로 대체다. 마니또 게임으로 선물을 주기도 했는데 올해는 각자 나머지 가족에게 10유로 상당의 선물을 준비하고 카드는 모여서 함께 쓰기로 했다. 카드에 쓸 말이 없을 걸 대비해서 아이디어도 투척한다. 아들반에서 아이들이 각자 돌아가면서 좋은 말을 쓴 쪽지를 모아서 선물로 가져왔다. 롤링 페이퍼의 독일어 버전이다. 독일어는 Warm Dusch Wort 따뜻한 단어 샤워다. 따뜻한 물로 샤워할 때의 좋은 느낌을 떠올리면 단박에 알 수 있다. 반 아이 수만큼의 따뜻한 단어를 선물 받는 셈이다. 

 

 

각자 원하는 선물 리스트는 미리 공유한다. 깜짝 선물과 원하는 리스트 중 각자 스타일에 따라 선물을 준비할 수 있으니 훨씬 쉽다. 딸은 이브와 성탄절의 일정도 짰다. 아침은 갓 구운 맛있는 빵을 사 와서 가족이 함께 먹자고 했는데 11시에 일어난 오빠로 패스. 가족이 함께 할 게임도 여럿 골랐다. 상품은 사비로 딸이 준비했다. 오빠가 좋아하는 칩스, 아빠는 하리보, 엄마는 초콜릿 쿠키, 마시멜로는 자신이 먹고 싶은 품목으로. 아무래도 게임에 상품이 빠지면 섭섭하니까. 점심과 저녁은 가족이 함께 준비해서 엄마의 노고를 덜자는 생각도 기특하다. 마지막으론 영화를 보는 건데, 무슨 영화를 봐야 할지 의견이 분분했다.

 

딸은 워낙 정성스럽게 상대방이 원하는 걸 잘 알아내는 감성이 있는데 아들은 솔직히 기대를 하지 않았다. 처음부터 이런 행사를 귀찮아 하는 것 같아서 그래도 동생이 열심히 하는 걸 봐서 따라주는 것만으로도 분위기를 깨지 말자고 일렀다. 동생 선물은 꼭 사라고 팁도 주고. 그런데 엄마 선물을 흰색 바탕에 회색 하트가 뿅뿅 박힌 수면 양말을 곱게 포장해서 깜짝 놀랐다. 어떻게 이런 선물을 샀냐니까 아니코와 이바의 도움으로 가능했다고. 노트 혼의 크리스마스 마켓에 갈 일이 있을 때 산 모양이다. 여자 친구들이 같이 골라주고 같이 가줘서 가능했노라고. 잘 모를 땐 그렇게 물어서라도 한 일은 정말 잘했다고 발에 땀나도록 신는 중이다. 아들의 선물은 워낙 귀해서 그런가, 감동이 이상하게 남다르긴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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