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마스 당일 새벽엔 가족들에게 마지막으로 엽서를 썼다. 지금 내 앞에선 새벽에 읽다 둔 책을 가림막으로 세워두고 남편이 편지를 반강제로 쓰는 중이다. 가족끼리 편지 쓰기, 낯간지럽지만 익숙함을 낯설게 보기 위해 필요하다. 아홉 살 딸이 오늘을 기대하고 준비를 가장 많이 했다. 뭘 만드는지 문 잠그고 가족 선물을 틈틈이 만들고 한 달 전부터 공지하고 선물은 10유로 상당으로 각각 준비하고 카드는 꼭 쓰라고 당부했다. 오전에 선물 공개를 했는데 어마어마한 양에 깜짝 놀랐다.
코로나가 아니었다면 우린 올해에도 암스테르담에 갔을까. 최근 2년간은 성탄절 연휴에 연속으로 암스테르담에 묵었다. 기차 타고 갈 수 있는 거리에 독일과 다른 문화를 접하고 싶은 마음에. 24일 오후부터 마트는 문을 닫기 시작해서 25일 26일 그리고 일요일인 27일까지 쭈욱 휴무다. 꼼짝없이 집에 있어야 하니 매년 어디든 여행을 갔다. 특별히 만날 가족이 없기도 하고. 암스테르담에서 두 번째로 찾은 일식집에서 우동 먹고 나올 때 주인 아주머님과 내년에 또 만나자는 인사를 하고 헤어졌는데 그 약속은 지키지 못했다. 그때만 해도 코로나 시대가 올지도 네덜란드 근처 오분 거리에 살게 될 줄은 몰랐다.
어제는 주인집 올리버와 옆집 베르나에게 직접 만든 크리스마스 카드를 전했다. 슈바니비데 지인들에게도 도리스 풍크를 마지막으로 카드를 모두 보냈고. 우편 보내면서 바보짓도 좀 하면서. 베르나는 직접 구운 크리스마스 과자랑 카드를 테라스 담벼락에 살짝 두고 가서 고마웠다. 세계 3대 콘서트 홀에 속한다는 암스테르담 Concert Gebouw에서 헨델의 메시아를 들은 건 행운이었다. 그토록 웅장한 콘서트 홀도 처음이고 그 많은 인파가 숨죽이고 듣던 메시아도 잊지 못할 추억이 되었다. 벌써 1년 전이라니. 올해도 어김없이 가족끼리 선물 교환식을 하고 산책도 빼놓지 않고 응답하라 1994를 보면서 한식을 해 먹고 오누이와는 보드게임도 하겠지. 특별할 것 없는 성탄절을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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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스테르담 Concert Gebouw]헨델의 메시아
2019년 12월 26일 오후 2시 15분 공연, 헨델의 메시아를 듣고 나오니 벌써 밤이다. 연주만 두 시간이라 남매는 지루했을지도 모르겠다. 클래식만 들으면 잘 자는 아들은 중간중간 열심히 고개를 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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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글을 읽다가 콘서트 게 바흐 홈페이지에 들어갔더니 오늘 유럽 시간으로 오후 2시에 온라인 라이브 스트링을 관람할 수 있다. 회원가입만 하면.
www.concertgebouworkest.nl/en/concertgebouworkest
Concertgebouworkest
Concertgebouworkest
www.concertgebouworkest.n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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